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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자, 아마존CEO 휴대폰 털었다…카슈끄지 암살과 연관?

등록 2020.01.22 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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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소유한 워싱턴포스트 노렸나

베이조스 사생활 문제도 빈 살만이 유출?

【시애틀=AP/뉴시스】 세계적인 IT기업 아마존이 연내 제2본사(HQ2) 설립 도시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와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방문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진은 2014년 6월16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에서 아마존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마존 파이어' 출시를 알리고 있는 베DL조스. 2018.9.12

【시애틀=AP/뉴시스】 세계적인 IT기업 아마존이 연내 제2본사(HQ2) 설립 도시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와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방문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진은 2014년 6월16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에서 아마존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마존 파이어' 출시를 알리고 있는 베DL조스. 2018.9.12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휴대전화 해킹 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미국 유력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목표였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 전 폭스뉴스 앵커의 불륜 사건이 폭로된 사건 역시 빈 살만 왕세자의 해킹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조스는 2018년 빈 살만 왕세자의 휴대전화에서 발송된 '왓츠앱'의 메시지를 받은 뒤 해킹 당했다"며 왕세자가 보낸 메시지에 악성 파일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감식 결과 역시 '빈 살만 왕세자가 베이조스에 보낸 감염 동영상 파일로 해킹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두 사람은 2018년 5월1일 와츠앱을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며, 대화는 상당히 친밀해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일 베이조스는 빈 살만 왕세자가 보낸 동영상을 내려받은 뒤 몇 시간 만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긴 대량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겼었다.

전문가들 역시 해커들이 어떠한 정보를 가져갔는지, 이같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34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실권을 장악한 뒤 실질적으로 사우디를 통치 중인 사우디 실세다. 왕실 소유의 석유회사 아람코를 장악한 뒤 서방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보수적인 사우디에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빈 살만 왕세자는 베이조스의 휴대전화를 노렸을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자말 카슈끄지'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자 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지난해 터키 영사관에서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됐다. 카슈끄지는 베이조스가 소유한 WP에 사우디의 부패와 왕실의 문제를 폭로하는 기고문을 써왔다.

카슈끄지가 사망한 시점은 2018년 10월, 빈 살만 왕세자가 베이조스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시점은 5개월 전인 같은 해 5월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살해하기 전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해킹을 저질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서방 투자자 유치를 노렸다는 가설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높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서구 투자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의 손 꼽히는 부자인 아마존의 창립자, 베이조스의 정보를 원했다는 의혹이다.


【베벌리힐스=AP/뉴시스】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이혼한 전처 매켄지 베이조스가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1위와 15위로 나란히 랭크됐다. 사진은 2018년 3월 4일 이혼 전 베이조스 부부가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에서 열린 배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2019.10.03

【베벌리힐스=AP/뉴시스】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이혼한 전처 매켄지 베이조스가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1위와 15위로 나란히 랭크됐다. 사진은 2018년 3월 4일 이혼 전 베이조스 부부가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에서 열린 배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2019.10.03




작년 3월 폭로된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 전 폭스뉴스 앵커의 불륜 역시 해킹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베이조스가 집접 꾸린 조사팀은 베이조스의 사생활을 최초 보도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인 AMI의 데이비드 페커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가 친밀한 사이를 유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이조스의 보안 담당자인 개빈 드 베커는 지난해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조스이 사생활이 폭로되지 몇 달 전, 빈 살만 왕세자는 의도적으로 페커 회장에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활동한 앤드루 밀러 중동 전문가는 "왕세자가 베이조스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은 한 국가를 이끄는 그의 성향이 보이는 행동"이라며 "그는 베이조스의 정보를 통해 WP의 사우디에 대한 보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해석했다.

밀러는 이어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성공을 위해 경게도, 제한도 없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한 국가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로서도 충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놓고도 사우디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의 결백을 앞장 서 주장했다.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베이조스의 변호사 역시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는 말 외에 이 일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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