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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금지' 압력 속 韓 협조에 中 보답?…"지나친 기대 금물"

등록 2020.02.2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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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금지 취하지 않는 정부, 한중 관계 개선 염두

사드 추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불안요소 여럿

김한권 "중국은 이익 훼손되면 별개 문제로 접근"

정재흥 "코로나 협력했다고 기대하는 건 우리 생각"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독자 문창재 씨 제공) 2020.02.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독자 문창재 씨 제공) 2020.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발원지인 중국을 상대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입국 금지를 종용하고, 일부 타국은 물론 중국 내 일부 지역까지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중국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본다는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 방침을 바꾸지 않으려 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면적인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진핑 주석 방한 취소, 중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 경제 보복 등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중국을 배려하는 우리의 조치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강화해 향후 있을 수 있는 한중 간 군사적 갈등 때 완충재 역할을 해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중 간에는 향후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경북 성주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의 기능을 확장함으로써 사드 방어망의 활용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사드 레이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중국을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 중국은 처음 사드가 배치될 2016~2017년 당시부터 사드 레이더가 북한이 아닌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애꿎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한령(限韓令)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런 전력이 있는 탓에 만약 미국이 본격적으로 '사드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면 중국은 재차 제재에 나설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선 2017년 10월 발표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원칙 이상의 더 굴욕적인 조치를 내놔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역시 한중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2020년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 뮌헨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은 15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대응 소통과 협력, 한중 고위급 교류,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20년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 뮌헨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은 15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대응 소통과 협력, 한중 고위급 교류,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email protected]

미국은 지난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뒤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우리나라 등 동맹국들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한반도가 유력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자 중국은 이를 미국의 자국 견제로 받아들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푸충(傅聰)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국 국장은 지난해 9월 "나는 우리 이웃들이 신중하게 행동하고 자국 영토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락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우리나라에 사실상의 경고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몰아세운다면 우리 정부는 사드에 이어 또 한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도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전략은 호주와 일본, 동남아, 인도를 연결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계획인데 미국은 우리나라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을 조화시키겠다며 애써 눙치고 있지만 향후 이 사안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처럼 불안요소가 여럿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협력에 이어 시진핑 주석 방한 성사 등을 통해 나름의 완충재를 미리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금은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는 중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이 관건이 되는 시점에는 태도를 바꿀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9일 뉴시스에 "강대국은 현안을 다룰 때 종합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별개 문제로 접근한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며 "이번에 한국이 코로나 사태 때 중국의 체면을 봐준 것은 감사하지만 향후 미·중 전략 구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군사안보적 이익이 훼손되는 현안이 다뤄진다면 중국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나 미사일 방어체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있어서 중국은 항상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했다고 해서 중국이 다르게 할 것이라 보는 것은 그저 우리의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마스크를 쓰고 베이징의 티탄 병원을 방문해 비디어 링크를 통해 신종코로나 감염증 환자 진료상황에 대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0.02.11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마스크를 쓰고 베이징의 티탄 병원을 방문해 비디어 링크를 통해 신종코로나 감염증 환자 진료상황에 대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0.02.11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현 시점에서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과 우리 국민 건강이라는 2개의 선택지를 놓고 이전과는 다른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교수는 "지난 주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체됐기 때문에 만약에 방역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정부가 외교적 이익을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봤다"며 "하지만 이제는 지역 감염이 나타나는 등 확연히 다른 국면이라 한국으로서는 입국 제한 조치와 외교적 이익 중 어느 것을 택할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어졌는데도 대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오히려 중국이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나아가 대(對)중국 협상력이 약해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권 교수는 "한국이 시진핑 조기 방한에 매달리거나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중국이 인식한다면 향후 중국과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우리의 국익을 명확히 정의하는 한편, 정책적 선택에 이르게 된 논리와 이유를 균형 있게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단기적 갈등이 나타나도 중국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양국 국민들 사이에 반중, 반한 감정이 증폭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정재흥 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반중 정서가 높아지거나 국내 정치가 반중 정서를 야기하면 그런 것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 중국의 반한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내 일부 목소리가 반중, 반한 감정을 증폭시켜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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