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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감사 대란 현실화…최소 240개사 부결 전망

등록 2020.03.12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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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사외이사 연임 제한에 부담…전자투표 참여율도 저조

상장사 감사 대란 현실화…최소 240개사 부결 전망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상장사들이 우려했던 정족수 부족에 따른 감사선임 실패가 나타났다. 3%룰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외이사 연임기한 제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주주들의 참여율도 저조해 부결 사례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소 240개사의 감사 선임이 부결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샘코와 디에이치피코리아는 감사선임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정족수 미달에 따른 안건이 부결이라고 설명했다.

정족수 미달은 3%룰 때문이다. 3%룰이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1962년 상법 제정시 도입됐다.

이로 인해 감사선임을 위한 최소한의 결의 요건인 ‘발행주식 총 수의 25% 이상 참석, 참석주식의 과반 이상 찬성’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 지분 외에도 23%의 지분이 참석해야 하고 12%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감사 선임 실패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6개사가 감사인 선임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는 149건의 감사 선임안 부결이 있었다. 상장사협의회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에는 238개사가 감사 선임을 못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사외이사 연임 제한도 올해도 적용돼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는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3%룰을 적용받지 않으나, 감사위원회에 들어가는 사외이사는 3%룰을 적용 받게 돼있다. 감사위원에 이어 임기 만기가 된 사외이사에 대한 교체까지 이뤄져야해 상장사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감사인 안건이 부결되는 상장사가 계속 나올 것 같고, 예상했던 238개사보다 더 많아질 것 같다"며 "3%룰을 없애거나 의결 정족수를 완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와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주는 의결권 대행업체 고용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사정한다. 단기투자자들이 많아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적고, 의결권 대행업체의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어 회사들이 직접 위임장은 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A상장사 IR담당자는 "의결권 대행업체들에 가격 문의를 해본 결과 지난해 보다 최소 2~3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면서 "직접 위임권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라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전자투표로 행사해 주시는 것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투표에 대한 행사는 적은 상황이다. 정족수 미달이 나왔던 디에이치피코리아의 전자투표 의결권 행사는 1%가 채 안됐다.

디에이치피 관계자는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수가 약 5만5000주로, 총 발행주식의 0.3% 수준이었다"면서 "주주총회분산 프로그램 참여, 전자투표 도입,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 했지만 정족수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으로 감사위원을 꺼려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정족수 미달에 따른 감사선임이 실패할 경우, 전임 감사위원이 후임 감사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권리와 의무, 책임을 져야한다.

B 상장사 관계자는 "외부감사법 강화로 감사위원의 책임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더 이상 감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후임자를 제때 뽑아줄 수 있는 가도 부담"이라며 "선뜻 감사위원을 제안하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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