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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고향서 영면…바이든 "인종차별 외면 안돼"(종합)

등록 2020.06.10 10: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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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턴 "비극 아닌 범죄, 처벌해야…정의 얻을 때까지 싸울 것"

터너 시장 "플로이드 이름, 한국에서도 언급돼"

미국도 법·제도 변화 큰 움직임…차별 상징물도 철거

[휴스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거행된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화상으로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2020.6.10.

[휴스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거행된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화상으로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2020.6.10.

[서울=뉴시스] 신정원 양소리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인종차별은 조직적인 학대"라며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에서 영상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기리며 이 같이 말했다. 장례식은 플로이드의 제2의 고향인 텍사스 휴스턴의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찬양의 샘) 교회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의 영혼을 찌르는 인종차별, 여전히 미국인의 삶을 괴롭히는 조직적인 학대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의 순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많은 흑인 아이들이 대를 이어 물어봐야 했던  '왜인가요?' '아빠는 떠났나요?'라는 질문을, 이젠 어떤 아이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플로이드의 6살 딸 지아나를 위로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플로이드 추도식을 주관했던 알 샤프턴 목사는 "(플로이드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었다. 범죄였다"며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누군가 목숨을 앗아간 비용을 지불할 때까진 플로이드와 같은 이들의 생명은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4명의 흑인 경찰이 1명의 백인에게 같은 짓을 했다면 그 흑인 경찰들은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프턴 목사는 이어 "우리가 정의를 얻을 때까지 그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계속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플로이드 당신의 이름을 걸고 행진하고 있다. 당신은 남아프리카, 영국을, 세상을 감동시켰다"며 "오늘 당신은 영면에 들어가지만, 그 운동은 우리가 정의를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로이드, 미국은 당신의 이름을 항상 기억할 것이다. 당신의 목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목이었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을 비롯해 휴스턴을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의 알렉산더 그린 연방 하원의원, 실라 잭슨 리 연방 하원의원 등도 참석해 추모 발언을 이어갔다.

휴스턴 크로니클에 따르면, 터너 시장은 “플로이드 이름이 남아프리카, 캐나다, 나이로비, 베를린, 한국, 유럽에서 언급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조차 할 수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플로이드의 죄는 흑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게 유일한 범죄였다"며 슬픔을 표했다. 그는 추모사 도중 미국 국기가 담긴 상자를 들고 "미국은 플로이드를 존중해야 한다"며 그게 미국 국기가 날리는 이유라고도 발언했다.

그린 의원은 "플로이드는 세상을 바꿨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결의안을 만들어 의회에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잭슨 리 의원은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의 정의를 다시 세우게 했다며 "더 이상 8분46초의 불의와 아프리카 미국인에 대한 학대는 이 나라 어디, 그리고 누구에게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의가 없는, 고통에 휩싸인 8분46초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고 했다. 8분46초는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던 시간이다.

장례식이 끝난 후 플로이드의 유해는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휴스턴 외곽 메모리얼 가든 묘지로 옮겨졌다. 플로이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옆에 안장됐다.
[뉴욕=AP/뉴시스]7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욕시는 주말 시위가 폭력이나 사고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지면서 야간 통행 금지를 앞당겨 해제했다. 2020.06.08.

[뉴욕=AP/뉴시스]7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욕시는 주말 시위가 폭력이나 사고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지면서 야간 통행 금지를 앞당겨 해제했다. 2020.06.08.


플로이드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체포되는 과정에서 등 뒤로 수갑에 묶인 채 길바닥에 엎드려진 상태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 무릎에 목이 짓눌려 46세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미국 내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와 경찰 폭력 문제를 건들이며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됐다. 초기 성난 시위대가 방화, 약탈 등 과격 시위를 하며 유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평화 행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가 격화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평화 시위대에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해 논란이 일었으며, 시위대를 급진좌파로 몰아세우며 군 동원까지 시도해 친정인 공화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까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 때 백악관 벙커에 피신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소 대상이 되기도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한국과 영국 등 많은 국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기리며 거리로 나섰다.

미국 내에선 워싱턴DC가 백악관 앞 중앙도로 이름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바꾸고 글자를 새겼다. 버지니아 리치먼드 등이 과거 흑인노예를 정당화했던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뉴욕시, 로스앤젤레스 등은 경찰 예산 삭감 및 조직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제도적인 인종차별 금지와 경찰 과잉 무력 사용 등에 제동을 거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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