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12신고자 연락안돼 위치추적 했는데…인권위 "부당"

등록 2020.11.24 12: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시간 사이 4차례 걸쳐 문자 신고 접수

'담배냄새 난다'·'노상방뇨 잡아달라' 등

경찰, 현장 출동 및 3차례 위치 추적해

"긴급 상황일수도…피해확산 막기 위해"

신고자 母 "딸, 정신과 치료 전력 있어"

112신고자 연락안돼 위치추적 했는데…인권위 "부당"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12 문자메시지 신고를 접수한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추적한 경찰의 행위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위치정보 추적 등에 대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집에서 담배 냄새가 나서 112에 문자신고를 접수했는데 당일 경찰로부터 '위치를 추적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문자신고를 했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위치 추적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신고자 소재 파악을 위해 A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아 위치 정보를 조회한 것"이라며 "신고자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데 긴급한 상황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는 만큼,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위치 정보를 조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총 4차례에 걸쳐 112에 문자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먼저 오전 8시9분께 '오늘 아침도 창문을 여니 바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 윗집 밖에 없는 것 같다. 살기 힘들다. 이 집에서만 5년째'라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이 A씨에게 '120번으로 전화해 흡연단속반에 신고하라'고 안내하자, A씨는 같은 날 오전 9시40분께 '다른 건으로 신고한 것도 범인을 안 잡아주지 않나. 창문만 열면 냄새가 나는데 누가 주시하면서 잡아달라'고 문자신고를 보냈다.

이에 경찰이 신고자의 주거지로 출동했지만 신고자는 만나지 못했고, 대신 신고자의 모친이 "딸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딸이 정신과 치료를 한 전력이 있으니 신고를 해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보행자 및 거주자로 인한 흡연 피해가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는 내용으로 해당 신고를 현장 종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A씨는 같은 날 오전 9시41분께 '4동만 오면 노상방뇨를 하는데 1명이라도 잡아달라. 10년 동안 순찰 강화만 하지 말고'라는 내용과, 오전 9시56분께 '협박 고소한 것 범인 좀 잡아달라. 화분 도난 당한 것 지금이라도 잡아달라'는 내용의 문자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총 3차례에 걸쳐 A씨의 위치 정보를 추적했고, A씨와의 통화 이후 해당 신고들을 관할서로 이첩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 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같은 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긴급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진정 사건의 경우 경찰이 A씨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신고한 내용 역시 단순 민원에 관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인권위는 "긴급 상황이 아님에도 A씨의 위치 정보를 조회한 것은 A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로 보인다"며 "112상황실 근무자에 대한 사례 전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위치 추적 필요성 판단 및 관리를 위한 세부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