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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랑종' 무당 싸와니 우툼마 "기도문 너무 잘 읽어 귀신 부를까봐 무서웠다"

등록 2021.07.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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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 '무대의 여왕'으로 유명한 베테랑 배우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공포 영화 '랑종'이 개봉 첫 주 55만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손잡은 한국·태국의 협업작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지만 공개 이후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랑종'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이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태국 이산 지역의 이국적 풍광과 맞물려 생생한 공포를 전한다.

중간이 없는 영화처럼 관객 평도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랑종'을 이끈 배우들에 대한 찬사는 호평이 압도적이다.

무당 '님' 역을 맡은 태국 배우 싸와니 우툼마를 온라인으로 만나 이슈의 중심에 선 '랑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싸와니는 19일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손잡은 협업작이기 때문에 무조건 대박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두분이 같이 하는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종 감독의 전작 '원 데이'에도 출연한 싸와니는 무대의 여왕이라 불리는 베테랑 배우로 '랑종'에서 실제 무당이라 생각될 만큼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는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현장에서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대사를 하기도 했다. 리얼한 연기를 칭찬하자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님을 연기함에 있어서 감독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제가 요리 재료였다면 감독님은 요리사였다"며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표시돼 있었고 그 안에 감독님 의도가 정확히 배우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하다 길을 잃을 위험이 없었다"고 했다.

'랑종'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소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시나리오와 달리 굉장히 자유로웠다. 첫 리딩 때까지도 감독님은 디테일한 가이드를 주지 않았고, 시나리오 안에서 자유롭고 솔직하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email protected]



'랑종' 이전에도 무당 캐릭터를 연기해 본 적은 있지만 '랑종'의 님은 달랐다고. 싸와니는 "그간 내가 맡았던 무당 역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실력 있는 반종 감독님이니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극 중 님은 바얀 신을 섬겨온 가문의 대를 이어 무당이 된 인물로, 신내림을 거부한 언니 대신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마음과 몸에 깃든 병을 치유하는 무당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형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이것이 마티얌, 즉 신내림과 관련돼 있다고 의심한다.

싸와니는 "무당인 님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무당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했다. 예전에 태국의 무당을 실제로 만나본 적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더불어 유튜브에서 태국 무당들의 행동이나 말투 등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기도문을 읽는 것이었다. 태국의 무당들은 기도할 때 산스크리트어를 쓴다. 실제 무당이 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기에 공부와 연습이 필요했다"며 "농담처럼 말씀드리자면 기도문을 너무 잘 읽어서 귀신을 부를까봐 무섭기도 했다"고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후반부 님이 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인터뷰 신을 꼽았다.

그는 "그 장면의 대사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좋았다"며 "님은 본인이 받고 싶어서 신내림을 받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신내림을 받은 후에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돼서 기뻐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후에 가족을 도와줄 수 없게 되자 신에 대한 원망이 생긴 인물이라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랑종'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 (사진=쇼박스 제공) 2021.07.19 [email protected]


작품에 대해서는 기존의 호러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자부했다. 공포 영화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잘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표현 방식과 공포 수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관객들 사이에서도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에는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곡성'과 이어지는 듯한 '신에 대한 믿음'을 중심으로 악과 원죄,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판단이다.

싸와니는 "아직 '랑종'이 태국에서 개봉하지 않아 완성된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에 나오는 무섭게 느껴지는 모든 장면들이 스토리 전개상 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악귀에 빙의되는 밍의 연기도 마찬가지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랑종'이 한국에서 이렇게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못했는데 정말 기뻐요. 아마 같은 아시아인이기 떄문에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태국의 무속 신앙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주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서 얼른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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