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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수도 카불 외곽에 입성…600만 시민 극도의 불안

등록 2021.08.15 18:53:43수정 2021.08.15 18: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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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AP/뉴시스] 15일 낮 아프간 수도 카불 상공에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낮게 날고 있다

[카불=AP/뉴시스] 15일 낮 아프간 수도 카불 상공에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낮게 날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반군 전사들이 15일(일) 오후 수도 카불의 외곽 경계선을 넘어 진입했다고  외신들이 아프간 내무부 관리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수도 카불은 아프간 3900만 인구 중 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이며 1주일 전부터 시작된 탈레반의 지방 주도 기습 점령 폭풍에 나날이 고립되어 왔다.

이날 카불에서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은 대사관 주요 문서를 소각하고 헬기로 외교관 및 가족들을 카르지아 국제공항으로 이송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 카불 주변 동서남북에서 탈레반에 함락된 여러 핵심 도시들의 주민들이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카불로 몰려들고 있다.

카불 시내 공원 등에는 이 같은 지방 유입 피난민들이 무리지어 노숙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이날 수도 카불 외곽 입성 소식이 전해진 뒤 전날과 마찬가지로 "주민의 생명, 재산 및 명예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며 외교관과 국제 구호요원도 안심하라"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조했다. 그러나 점령을 앞둔 공격 군대의 의례적인 민심 달래기 용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미국은 7월2일 아프간 주둔 핵심 기지인 수도 외곽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기습 철수하면서 미국 대사관 보호를 위해 650명의 특수부대를 수도에 남겨놓았다. 한 달 후 탈레반의 주도 점령 폭풍에 카불 함락이 우려되자 미 국방부는 이번주 초 외교관 및 가족 귀국 보장을 위해 3000명을 긴급 파견했으며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1000명을  추가 파병했다.

카불에는 최소한 미군 5000명이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증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인 안전 귀국이목적이지 결코 아프간전 재참전이 아니라는 것을 확고히 했다. 5월부터 실행한 미군의 아프간 완전 철수를 뒤집거나 일시 중단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는 것이다.

미군은 8월31일까지 완전 철수할 방침이었고 바그람 기지 철수 후 미 중부군은 아라비아반도의 카타르 및 아랍에미리트연합 미군기지에서 탈레반과 홀로 맞서고 있는 아프간 군경에 대한 공습 지원을 계속했으나 바그람 기지 출동 때와는 위력이 비교할 수 없게 저하되었다.

5월 미군의 마지막 잔류군 3000명의 철수가 시작되자 탈레반은 기다렸다는 듯 막강 공세를 개시했다. 20년 가까운 아프간전 동안 탈레반은 미군과 나토군의 퇴치전에 살아남았지만 점령한 영토는 아프간 정부군에 비하면 극히 열세였다. 그러나 5월 한 달이 지나기 전에 탈레반은 총 34개 주 내 총 행정 및 경찰지구 400개 중 80개 이상을 추가해 점령 혹은 통제 하 지구 수를 130개로 불렸다.

8월 들자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 지구 수는 200개가 넘어 정부군을 앞서기 시작했다. 6일(금) 탈레반은 남동부 자란즈주의 주도 님로즈 시를 손에 넣었다. 탈레반이 34개 주의 주도를 하나라도 점령하기는 2015년 일시 두 곳에 이어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탈레반은 북동부의 쿤두즈시(8일)를 위시해 주도 중 핵심 도시 공략에 나서 서부 헤라트시와 남부 칸다하르시(12일)를 손에 넣고 14일 밤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시와 15일 오전 동부의 잘랄라바드시를 장악했다. 파키스탄과 가까운 수도 카불을 둘러싼 동서남북 핵심도시를 모조리 점령한 것인데 잘랄라바드 등은 전투 없이 입성 장악했다.

아프간 정부군 및 친정부 민병대가 도주하거나 주민 피해를 이유로 주지사들이 전투 중지를 요구하자 정부군이 수용하고 탈레반에 무기를 넘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서명한 미군철수 조건 평화협정에는 탈레반의 주도 점령 금지가 명시되어 있으나 탈레반은 미군이 올 5월까지의 완전철수 조항을 어겼다며 주도 점령에 나섰다.

탈레반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강조하는 한편 아프간 현 정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사임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14일 탈레반의 주도 공략 후 처음으로 대국민 담화에 나선 가니 대통령은 사임 요구를 거절하고 현재 정부군이 국제군과 협력해 잘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미국인 안전 귀국용이라는 딱지의 미군 5000명이 있는 동안에는 600만 명 인구의 카불 도심에는 본격 진입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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