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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 참여 고심

등록 2021.09.06 15:39:25수정 2021.09.06 15: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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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쿼드 이어 중국 견제 동참 압박 우려

파이브 아이즈, 에니그마 대응에서 비롯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가입

미국 중심 운영에 내부 불만 제기 기미

[워싱턴=AP/뉴시스]27일 미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 안치된 존 루이스 하원의원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모인 미 국민들이 성조기가 덮힌 루이스 의원의 관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 의원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의사당을 찾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의사당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0.7,28

[워싱턴=AP/뉴시스]27일 미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 안치된 존 루이스 하원의원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모인 미 국민들이 성조기가 덮힌 루이스 의원의 관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 의원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의사당을 찾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의사당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0.7,28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미국의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원 군사위는 중국·러시아로 인해 위협의 지형이 변했다며 정보 공유 대상국을 한국과 일본, 인도, 독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파이브 아이즈는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에 가깝다. 한국이 가입할 경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처럼 중국의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파이브 아이즈 가입 논란을 계기로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이어 한국에 대한 중국 견제 참여 압박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이브 아이즈 참여 여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즈는 2차 세계 대전 중인 1943년 영국과 미국이 독일의 암호화 프로그램인 에니그마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것에서 비롯됐다. 종전 후인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비에트 연방 관련 자료공유를 목적으로 'UKUSA'라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공식적으로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을 맺었다.

이후 1948년 캐나다,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가입해 현재의 5개 국가 간 정보동맹이 성립했다. 탈냉전 후인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나며 파이브 아이즈의 정보 수집 범위가 확대됐다.

파이브 아이즈는 에셜론 시스템(미 국가안보국이 설계한 정보수집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체계 전체)을 활용해 기존에 수집하지 않던 일반 시민들의 통화, 전자우편, 인터넷상 기록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테러모의, 마약거래, 사이버 공격을 감시·예방했다.

현재 파이브 아이즈는 각 국가 정보기관에서 수집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8년 아프간 전쟁의 '맹렬한 사자 작전(Operation Rampant Lion)'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가 첩보 합동 수집과 정보 분석을 통해 일선 야전부대를 지원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국가들에게 파이브 아이즈와 유사한 파이브 아이즈+4, 파이브 아이즈+9 등을 제안하며 한시적인 정보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회원국에 대한 우대를 잊지 않고 있다. 미국은 'SECRET-AUS/CAN/NZ/UK/US'식으로 자료를 분류하며 일시적 협력국가의 정보열람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을 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부 불만이 제기돼왔다.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를 지나치게 미국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맹과 달리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 간 내부 협상 등 행위가 없다. 이로 인해 회원국들의 운신의 폭이 좁다.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에서 획득한 정보를 안보 목적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오용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파이브 아이즈를 통한 정보협력 시 정보의 왜곡 문제와 3국으로의 유출, 미국이 적대국뿐만 아니라 우방국·파이브 아이즈 회원국까지 감시한다는 문제 등이 제기돼왔다.

[베이징=AP/뉴시스] 7월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 중인 모습. 2020.09.11.

[베이징=AP/뉴시스] 7월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 중인 모습. 2020.09.11.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 소속이었던 스노든이 미국의 정보 획득·공유체계의 불법성을 폭로함으로써 파이브 아이즈의 부정적 측면은 더 부각됐다.

파이브 아이즈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던 와중에 터진 화웨이 사태는 파이브 아이즈의 결속력을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18년 2월 CIA, FBI 등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이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에 스파이 프로그램을 심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안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회사가 만든 통신장비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금수조치 성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 민간기업인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와 같은 기본 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 하락 등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중국 역시 화웨이 장비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대응이나 해명 없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에 지불하지 않던 특허사용료를 청구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확장된 파이브 아이즈를 활용해 국제공조 전선을 펼치려 하고 있다. 정보동맹에 가입한 국가가 화웨이의 장비를 쓸 경우 파이브 아이즈의 운영 원리에 따라 공유되는 핵심 정보들이 중국에 의해 절도될 수 있으니 파이브 아이즈의 회원국들은 화웨이 장비를 보이콧하라고 촉구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파이브 아이즈 강화·확장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압박에도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 일부는 화웨이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보이콧을 유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가까운 서방 국가들도 국내정치상 유불리를 따지며 복잡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국익 차원에서 파이브 아이즈 가담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정현 육군사관학교 정치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보동맹과 유럽의 네트워크 전략' 논문에서 "한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이 주도한 안보 구조 속에 있으면서도 중국과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정치적으로는 협력을 지향하는 등 다자적 구조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이 처한 안보 구조적 환경과 국내적 상황 같은 행위자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네트워크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길게는 파이브 아이즈 네트워크와, 짧게는 한일정보협정과 연계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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