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9연속 金 보치아 "연장 승부? 떨리지 않았다"
보치아 페어 日 잡고 9회 연속 금메달…한국 선수단 2번째 金
건강 악화로 대회 직전 귀국한 노영진에게 값진 금메달 선물
[도쿄(일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보치아 국가대표 최예진, 정호원, 김한수(왼쪽부터)와 파트너들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보치아 페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2021.09.04 [email protected]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과 김한수(29·경기도), 최예진(30·충남직장운동경기부)으로 구성된 한국 보치아 페어(2인조)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페어(BC3)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의 가와모토 게이스케, 다카하시 가즈키, 다나카 게이코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4엔드까지 4-4(3-0 1-0 0-1 0-3)로 맞선 한국은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1점을 더해 고대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경기 내내 마음을 졸이며 선수들을 보조한 이문영 대표팀 코치는 정호원을, 경기 파트너 문우영 씨는 딸인 최예진을 꼭 껴안았다. 교체 멤버로 대기하던 김한수와 경기 파트너이자 어머니인 윤추자 씨도 활짝 웃었다.
기쁨에 달려 나온 임광택 감독은 이 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한 명씩 헹가래 치듯 들어 올렸다.
2016 리우대회에서 브라질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던 세 선수는 5년 만의 패럴림픽에서 정상에 올랐다.
[도쿄(일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금메달을 차지한 보치아 국가대표 최예진, 정호원, 김한수 파트너들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보치아 페어 결승에서 일본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에게 헹가래 하고 있다. 2021.09.04 [email protected]
세 선수는 경기 뒤 밝은 얼굴로 믹스트존에 들어섰다. 임 감독과 이 코치, 문우영 씨와 윤추자 씨의 얼굴도 환하게 빛났다.
임 감독은 "우리 선수들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9회 연속 메달이라는 중압감도 너무 컸고, 이 세 선수가 페어에 나선 게 세 번째인데, 그간 금메달이 없었다.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는데, 승리하고 대성통곡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풀었다. 날아갈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보치아 대표팀은 대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건강 악화로 급히 귀국하는 등 악재를 맞았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는 '강호'답지 않게 선수들이 연이어 탈락하면서 페어에 나서는 선수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도쿄(일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보치아 국가대표 최예진, 정호원, 김한수와 파트너들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보치아 페어 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21.09.04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날 금메달로 대표팀 모두가 활짝 웃게 됐다.
4엔드에서 일본에 동점을 허용하면서 살짝 위기가 왔지만, 연장에서 최예진의 침착한 투구가 승부를 갈랐다.
임 감독은 "일본이 장거리 전략을 들고나올 것 같아 전날 그리스와 예선에서 장거리 훈련을 했다. 오늘 4엔드에서 조금 실수가 있어서 동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공교롭게 웜업장에서 연장전 연습을 많이 한 게 맞아 들었다"고 설명했다.
운명의 연장전을 치를 때 임 감독은 "죽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문영 코치는 옆에서 "제가 더 죽는 심정이었다"고 거들었다.
[서울=뉴시스]이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보치아 노영진.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문영 코치는 "정호원은 워낙 내색을 하지 않는 친구다. 항상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친구인데, 어제만 해도 부담이 컸는지 자면서 이불 안에서 걱정하는 듯한 말을 하더라. 하지만 티를 안내고 묵묵히 버텨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세 선수 중 정호원이 '맏이'로서 잘 이끌었고, 동생들은 잘 믿고 따라와 줬다. 금메달을 딴 건 셋이 한마음으로 한 팀이 돼서 딴 것이다. 아니었으면 못 땄다"고 부연했다.
이제 3년 뒤면 파리패럴림픽이 열린다.
파리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묻자 임 감독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농담을 던지며 "파리에서는 10연속 금메달에 도전해야 하는데, 일단 지금은 생각하지 않겠다"며 미소를 짓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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