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레드벨벳 '필 마이 리듬', K팝 클래시컬함의 가장 근삿값

등록 2022.03.23 05:00:00수정 2022.03.23 07:23: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G선상의 아리아' 샘플링하고 바흐 생일에 신곡

뮤직비디오서 밀레이 '오필리어' 등 명화 패러디

SMCU와 다른 차원으로 '슴덕'들 매혹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앨범 사진을 공개했다.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앨범 사진을 공개했다.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 오노레 프나고나르 '그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클로드 모네 '파라솔을 든 여인',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레이디 오브 샬롯',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대학 미학개론에 나올 법한 이 그림들을 나열한 이유는 K팝 때문이다. 그룹 '레드벨벳'이 7개월 만인 지난 21일 공개한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의 타이틀곡 '필 마이 리듬' 뮤직비디오에서 패러디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화 목록들을 팬들이 추렸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게 아니다'(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蓄之而非徒蓄也)'

조선 서화수집가 석농(石農) 김광국을 칭송하며 유한준이 쓴 '석농화원(石農畵苑)' 발문의 한 부분. 현재 '덕후 문화'를 압축하는데 이보다 좋은 글귀도 없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자신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비틀어 잘 알려진 문장이다.

K팝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건 자타공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와 테크놀로지 유닛 그룹 'NCT'로부터 파생된 '광야 논쟁'을 통해 노랫말, 뮤직비디오 등에서 팬들이 각종 '떡밥'을 찾게 하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가 연상되는 레드벨벳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뮤직비디오 장면. 2022.03.23.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가 연상되는 레드벨벳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뮤직비디오 장면. 2022.03.2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SM 마니아를 온라인에서 지칭하는 '슴덕(SM을 따로 읽지 않는 대신 슴으로 읽어 만들어진 별칭)'의 열정에 불을 지핀 건, 다양한 추리가 담긴 '놀이 문화'였다. Z세대 사이에서는 에스파와 NCT 등 SM 소속 그룹들이 노랫말을 통해 힌트를 준 광야, 에테르 등의 연관성을 찾느나 분주했다. 이건 올해부터 본격화 될 'SM 컬처 유니버스'(SMCU)의 프리퀄과 같다.

이렇게 SM의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레드벨벳의 영역은 결이 좀 다르다. 에스파가 가상세계로 나아갈 때, 이들의 직속 선배 걸그룹인 레드벨벳은 고전을 탐닉한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하고 명화를 오마주하며 오페라 세트 같은 뮤직비디오 속 공간에 발레 분위기를 뿜어낸 각종 티저까지. 이렇게 이번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은 K팝이 보여줄 수 있는 '클래시컬함의 가장 근삿값'에 가깝다.

심지어 이번 앨범이 발매된 당일은 바흐의 생일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놀랍게도 맞아떨어지는 요소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앨범 사진을 공개했다.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앨범 사진을 공개했다.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SM의 클래식 레이블 '에스엠 클래식스(SM Classics)'에서 오케스트라 편곡을 가장 서두를 것 같은 곡으로 '필 마이 리듬'을 꼽고 있다. 

이런 우아한 요소로 인해 'K팝 퀸'이라는 별칭이 가장 어울리는 팀이 레드벨벳이다. '빨간 맛'을 통해 '서머 퀸'에 자리에 올랐고 '팔 마이 리듬'을 통해 '스프링 퀸' 자리까지 꿰찼으며 이제 '포시즌 퀸'까지 노리는 것이 당연한 이유다.

무엇보다 '필 마이 리듬'이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는 건 노래 자체다. 전자음 또는 힙합 등 비트가 주인공인 힙한 장르의 댄스 음악이 난무하는 흐름에서 선율이라고 할 수 있는 멜로디가 듣기 좋은 K팝을 만난 건 오랜만이다. 그야말로 K팝 팬들이 근사한 '봄 캐럴'을 얻게 된 셈이다.

게다가 비주얼 멤버인 아이린은 물론 웬디, 슬기, 조이, 예리 등 이번에 레드벨벳의 다섯 멤버 모두 앨범 콘셉트에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가 찰떡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발매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이,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발매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이,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 2022.03.21. (사진=SM엔터테인먼트)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네가 쿵하고 떨어진 자리 / 누군가 쓱하고 그려놓은 그림"처럼 속마음을 간지럽히는 서지음 작사가의 전매특허 노랫말이 빛난 R&B 팝 댄스 '레인보우 헤일로(Rainbow Halo)', 묘한 긴장감을 안기는 올드 스쿨 풍의 R&B 팝 댄스곡 '베그 포 미(Beg For Me)', 레트로 팝 댄스곡 '밤볼레오(BAMBOLEO)', 산뜻하고 리드미컬한 미디엄 템포 R&B '굿, 배드, 어글리(Good, Bad, Ugly)', 오르골 시그니처 사운드가 몽환적인 '인 마이 드림스(In My Dreams)' 등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트랙들이 봄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약동한다.

삶의 공식은 K팝 공식과 달라 모든 개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완벽한 봄의 노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벨벳과 SM은 K팝으로 그 영역의 근사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안다.

이것이 4세대 K팝 걸그룹이 약진하는 가운데도, 3세대 걸그룹 대표주자인 레드벨벳이 '퀸덤(Queendom)'의 지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