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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벗은 무량판 구조, 머쓱한 국토부와 LH[기자수첩]

등록 2023.10.23 16:03:37수정 2023.10.23 17: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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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곳 민간 전수조사…부실단지 0곳

LH 발주 공공아파트선 22곳 발견

전문가들 "애초 공법엔 문제없다"

"설계 시공 관리 감독 책임이 중요"

[서울=뉴시스] 이예슬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예슬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최근 준공된 아파트는 다 무량판으로 봐야 하나요?", "우리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로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지하 주차장 기둥과 그 천장을 확인하면 무량판 구조인지 알 수 있다.", "우리 집이 순살 아파트인지 확인하는 방법"…

시공 중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량판 공법에 대한 불신이 공포감으로까지 확산한 몇 달이었다. 온라인 공간에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임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설계 방식이 벽식 구조임을 공지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약 2달간 전국 2017년 이후 준공된 427곳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철근누락 등의 부실 공사는 없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378개 민간 단지와 LH 제외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발주한 49곳을 포함한 전수조사다.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라브(천장·콘크리트판)를 지지하는 구조다. 별도의 보를 만들지 않아도 되기에 내부 공간을 이용하는 데 있어 효율성이 높고,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둥과 슬라브 접합 면에 보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보강근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조사에 나서기 전에도 전문가들은 붕괴 등 사고가 잦지 않다는 점에서 무량판 구조를 이미 검증된 공법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적절한 설계와 시공, 알맞은 관리감독이 있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필 같은 날 이뤄진 LH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 20개 부실단지에 더해 2곳에서 추가로 철근이 빠진 것이 확인됐다. 민간 아파트는 철근이 누락된 곳이 한 곳도 없고, LH 아파트는 22곳이나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것은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LH의 관리감독 책임 소홀임을 더욱 눈에 띄게 하는 부분이다.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LH에서 부실이 대대적으로 드러나자 조사 범위를 민간까지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이 된 아파트 입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동시에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 편치 않은 심기를 내비쳤고, 건설업계에서도 왜 정부가 나서서 무량판 공법을 안전에 취약한 것처럼 보이게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국토부가 감독의 주체로서 전국 수백 곳의 민간 및 지자체 산하 주택 공사의 무량판 단지를 일일이 조사했는데 한 군데도 부실이 없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다행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부 당국자들이 상당히 머쓱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국토부는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 안전 강화 계획과 LH에 대한 자체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도 결코 LH 부실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최근 들어 그리도 강조하는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가 유체 이탈 화법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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