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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되어버린 빈집 13만호…어디 손쓸 방법 없을까요[세쓸통]

등록 2023.11.1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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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집 13.2만호…농촌지역 6.6만호로 절반 차지

인구감소 기초단체 많은 전남·경북도 빈집多 1·2위

[세종=뉴시스] 방치된 빈집.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방치된 빈집.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온기가 사라진 집, 주인을 잃은 집, 길 고양이 차지가 되어 버린 집 등 전국에 흉물이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집이 13만호가 넘는다고 합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도시로 몰려들고 있죠. 한 때 활기가 넘치던 지방의 도시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지방 도시도 상황이 이러한 데 기반 시설 등이 낙후된 농어촌 지역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겠죠.

폐허가 된 빈집은 안전사고나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입니다. 미관을 해치고, 위생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복합적인 사회현상과 문제들이 얽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전국의 빈집은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최근에야 빈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빈집 숫자도 기관마다 제각각이었죠.

통계청이 확인한 전국 빈집은 2022년 기준 145만2000호로 전체 주택(1916만6000호)의 7.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동네마다 대략 12채 건너 1채가 빈집이라니 매우 놀라운 수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수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위태한 빈집은 아닙니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과정에서 조사일인 11월1일 기준 사람이 살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간주합니다. 이사나 매매 등으로 집을 내놓거나 신축·매매, 미분양 주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비어있는 집'도 빈집 통계에 반영한 것이죠. 당장 인기척이 없다고 해서 모두 빈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는 법령에 있는 빈집의 정의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정비법'에 나타난 빈집이라 함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말합니다.

1년 이상 전기와 상수도의 사용량 자료 등을 토대로 사전 조사와 현장 조사를 거쳐 이 집이 빈집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미분양 주택이나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주택, 기숙사나 다중생활시설, 별장 등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와 달리 장기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을 빈집으로 본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빈집은 2022년 기준 도시지역 4만2356호, 농촌지역 6만6024호, 어촌지역 2만3672호 등 전국적으로 13만2000호로 파악됩니다.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은 각기 다른 법률에 규정된 방식으로 조사돼 일부지역은 중복되지만 통계청 조사에서 드러난 빈집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전국의 빈집 중 절반은 농촌지역에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속도가 도시지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촌지역의 빈집 또한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촌지역 빈집은 2018년 3만8988호 수준이었지만 2022년 6만6024호로 5년도 되지 않아 7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시도별로 보면 전남(1만6310호), 경북(1만3886호), 전북(9904동), 경남(9106동) 등의 빈집이 전국 농촌지역 빈집의 4분의 3을 차지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은 지속적으로 사람이 빠져나가고,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지만 아기 울음소리는 듣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농촌지역 빈집이 많은 전남과 경북은 지역내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기초자치단체가 16개씩으로 가장 많습니다. 경남과 전북도 지역내 인구감소 지자체가 11개와 10개로 많은 편입니다.

이처럼 인구감소지역과 빈집 통계는 맞닿아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간 방치된 빈집으로 범죄나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지역경제 위축 등 각종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수도권과 도심으로 향하도록 떠미는 요인이 되는 만큼 빈집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때입니다.
[세종=뉴시스] 전북 순창군 지역 빈집.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전북 순창군 지역 빈집.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빈집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에 팔을 걷었습니다. 정확한 빈집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빈집모니터링체계'를 마련했습니다.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3개 중앙 부처가 머리를 맞대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빈집실태조사를 하고, 지자체에 빈집을 관리하는 전담부서를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파악한 빈집 실태와 각 부처·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빈집 정보를 모아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부동산원이 관리토록 한 것입니다.

전국 곳곳에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빈집에 대한 관리는 이제 걸음마 수준입니다. 빈집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낮아 빈집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합의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가까운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버려진 빈집이 폭증했습니다. 늘어가는 빈집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시골지역에서는 지자체가 빈집을 수리해 싸게 내놓으면서 인구 유인책으로 활용하고, 도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빈집을 방치할 경우 집주인에게 세금을 물리기로 했습니다.

이제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선 우리나라에게 있어 엄연한 사유 재산인 빈집을 정부와 지자체가 임의로 활용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너무나 먼 얘기처럼 들립니다. 귀농·귀촌 유치지원 사업과 농촌공간정비사업 등을 통해 활용 가능한 빈집은 최대한 활용하고, 철거가 필요한 빈집은 정비하고 있지만 실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빈집을 줄이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빈집을 철거하거나 정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고의로 장기간 방치하거나 투기 등의 목적이라면 이행강제금을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빈집이 늘어날수록 농촌은 황폐화되고, 도시는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떠난 곳에는 빈집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방치했다가는 새로운 이웃을 받아들이기 힘든 지경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집은 사람의 온기를 담고 산다고 했듯이 아무리 좋은 집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온전할 리 없습니다. 온전치 않은 집이 방치된 마을에 사람의 발길이 닿긴 어렵겠죠. 지역 소멸과 빈집 문제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흉물 되어버린 빈집 13만호…어디 손쓸 방법 없을까요[세쓸통]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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