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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에 찾아온 테마 소설…겨울 간식집 vs 호로요이의 시간

등록 2023.11.30 01:00:00수정 2023.11.30 07: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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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에 찾아온 테마 소설…겨울 간식집 vs 호로요이의 시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환하고 묵묵한 날에 무엇을 드시나요?"

소설(小雪)의 계절에 찾아온 온기 나는 간식 이야기로 서점가가 따뜻하다. 만두, 호떡, 유자차, 사케까지 겨울철 간식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 잇따라 출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작가들 6명이 쓴 '겨울 간식집'(읻다)과 5명의 일본 작가들이 술을 소재로 한 단편집 '호로요이의 시간'(징검돌)이다.

'겨울 간식집'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등 6명의 한국 작가 모여 쓴 책이다. 작가는 저마다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을 하나씩 골라 이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겨울은 화려한 거리의 풍경을 뒤로하고 의뭉스러운 이들과 적적한 연말을 보내거나(〈귤락 혹은 귤실〉), 동상이몽의 가족 모임에서 벗어나 아늑한 얼굴들을 찾아 연시를 맞이하는(〈모닝 루틴〉) 도피의 계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면했을 많은 기회를 되새기며(〈포토 메일〉), 켜켜이 쌓인 추억과 영원의 다른 이름을 들여다보는(〈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회고의 계절. 곁과 마음에 자주 타인이 머무는 이 계절에 우리는 영영 놓아버린 관계를 더듬어보거나(〈한두 벌의 다른 옷〉),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녕을 빌어보기도 한다(〈겨울 기도〉). 그리고 익숙한 모양새로 우리 앞에 놓일 간식들은 그 모든 풍경을 소환한다.
소설(小雪)에 찾아온 테마 소설…겨울 간식집 vs 호로요이의 시간



'호로요이의 시간'

유즈키 아사코, 오리가미 교야 등 일본 여성작가 5인이 술을 주제로 쓴 단편 소설이다. 사케부터 칵테일, 위스키 등 여러 종류의 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이어간다.

"열두 살 카호의 천진난만한 물음이 떠올랐다. 결혼을 막연히 동경했던 그 아이에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가정을 갖는 것이 여자의 인생 전부는 아니란다.
잔을 내려 놓고 카호는 뒤로 기지개를 켰다.
결정했다. 내일부터 진지하게 맨션을 찾자.
조건은 오로지 내가 편안한 집, 그것만 보고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혼자 즐기기 위한 술을 담그자. 달지만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맛있어지는 게 있다는 것을 지금의 카호는 알고 있다…."(첫사랑 소다, 107쪽)

"사야카의 아버지는 결혼 전에 일로 영국에 유학한 적도 있어서 위스키, 특히 아일라 몰트라고 불리는 싱글 몰트를 좋아했다. 엄마 쪽은 별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본가에서는 먼저 제대로 식사한 뒤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바카라 잔에 라프로익 등의 위스키를 따라서 스트레이트나 록으로 천천히 즐기곤 했다.
실제로 스모키향이 나는 아일라 몰트는 음식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절대 있어 보이는 척하거나 점잔빼는 가정이었던 건 아니라고 사야카는 생각한다. 아버지는 늘 사야카나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는 옆에서 조용히 술을 마셨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취하거나 하는 일 없는 좋은 술버릇이었다"(〈식당 ‘자츠’, 177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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