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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정책 일파만파…영국, 도비탄 맞은 아일랜드와 갈등

등록 2024.04.30 15:41:50수정 2024.04.30 18: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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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EU에 프랑스發 이민자 송환 요구

영불해협 차단 언급…아일랜드 문제는 회피

아일랜드, 英 이민자 송환 위한 입법 마련 중

[지중해=AP/뉴시스] 영국이 아프리카 르완다로 불법 이민자를 보내는 일명 르완다법을 승인한 뒤로 이웃국 아일랜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르완다 정책 여파로 이민자 행렬을 마주하게 된 아일랜드는 영국에 이들을 데려가라고 했지만, 영국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사진은 북아프리카 리비아 해안서 100㎞ 이상 떨어진 지중해에 표류하던 유럽 이주난민 선박이 2020년 12월31일(현지시각) 스페인 비정부기구(NGO)에 발견돼 구조되는 모습. 2024.04.30.

[지중해=AP/뉴시스] 영국이 아프리카 르완다로 불법 이민자를 보내는 일명 르완다법을 승인한 뒤로 이웃국 아일랜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르완다 정책 여파로 이민자 행렬을 마주하게 된 아일랜드는 영국에 이들을 데려가라고 했지만, 영국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사진은 북아프리카 리비아 해안서 100㎞ 이상 떨어진 지중해에 표류하던 유럽 이주난민 선박이 2020년 12월31일(현지시각) 스페인 비정부기구(NGO)에 발견돼 구조되는 모습. 2024.04.30.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영국이 아프리카 르완다로 불법 이민자를 보내는 일명 르완다법을 승인한 뒤로 이웃국 아일랜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르완다 정책 여파로 이민자 행렬을 마주하게 된 아일랜드는 영국에 이들을 데려가라고 했지만, 영국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29일(현지시각) AP, 더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이 불법 이민자가 유입되는 프랑스로 이들을 되돌려 보내는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일랜드를 통한 EU로부터의 송환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아일랜드와 이민자 귀국 협정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오히려 영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르완다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낵 총리는 북아일랜드를 통한 아일랜드 입국과 관련한 언급 대신 도버해협(칼레해협)을 통한 프랑스 이민자를 철저하게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셈이다. 이는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이민자 행렬에는 눈을 감은 것이라 양국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양국 사이 형성된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헬렌 매켄티 아일랜드 법무장관이 이날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장관을 만나기로 했지만, 영국 측은 이를 돌연 취소했다.

인권단체와 이민자단체를 중심으로 영국 측 정책이 비인도적·비윤리적이며 높은 비용이 부과된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런던 총리실에서 불법 이주민 대책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작은 배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민에 대해 "모든 방법을 썼으나 소용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3.08.

[런던=AP/뉴시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런던 총리실에서 불법 이주민 대책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작은 배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민에 대해 "모든 방법을 썼으나 소용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3.08.


아일랜드 측은 영국을 지목하면서 이민자 유입을 막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전날 "아일랜드에 입국하는 망명 신청자의 80% 이상이 현재 영국의 일부인 북아일랜드에서 육지 국경을 넘어온다"고 영국을 겨냥했다.

앞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의 르완다 정책으로 사람들은 영국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고 르완다로 보내지지 않기 위해 국경을 넘어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다"며 "이 정책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형성했다.

이에 수낵 총리는 "마틴 부총리의 의견에 따르면 (난민) 억지력은 이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불법 이민자)은 영국에 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영국에 와도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올 가능성이 훨씬 작다"고 반응했다. 이는 영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을 줄이는 데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으로 아일랜드와 외교적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일랜드는 영국에서 오는 이민자를 막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매켄티 장관은 "신속 처리를 도입하고 있다. 이번 주 내각에서 긴급 입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인파를 영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6~27일 이민자 500명이 소형 선박 10척을 타고 바다를 건너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올해 아일랜드 소형선박 입항객은 716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애슬론=AP/뉴시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가 고등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아일랜드 중부 웨스트미드주 애슬론에서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Fine Gael·피너 게일) 새 당대표로 확정된 뒤 연설하고 있다. 2024.04.30.

[애슬론=AP/뉴시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가 고등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아일랜드 중부 웨스트미드주 애슬론에서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Fine Gael·피너 게일) 새 당대표로 확정된 뒤 연설하고 있다. 2024.04.30.


영국 정부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아일랜드가 직면한 이민 문제를 자국에 돌리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영국에서는 르완다 정책 법안이 법제화됐다.

이 법은 영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를 아프리카 대륙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오는 7월 첫 르완다행 비행기가 이륙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목숨을 건 무리한 망명 시도와 인신매매 등 범죄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안팎에서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 법안을 놓고 국내법상 인권 조항을 위반한다며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르완다로 이송된 망명 신청자가 열악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매우 크다"며 르완다로 보내진 망명·이주 시도자가 박해와 경제적 어려움에서 탈주한 고국으로 다시 송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는 르완다법을 강제적인 난민 떠넘기기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해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난민을 태운 르완다행 첫 항공편을 멈춰 세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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