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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 美변호사 무기징역 구형…檢"살릴 기회 있었다"(종합)

등록 2024.05.03 20:19:59수정 2024.05.03 2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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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 아내 폭행·살해한 혐의

범행에 쓰인 흉기·당시 녹음 파일 현출

檢 "우발적 범행 아니다"…무기징역 구형

美변호사 "큰 고통 드려 진심으로 잘못"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검찰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무참히 짓밟은 점을 지적하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미국 변호사 A씨가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2023.12.1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검찰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무참히 짓밟은 점을 지적하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미국 변호사 A씨가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2023.1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검찰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무참히 짓밟은 점을 지적하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A씨의 6차 공판에서 증거조사를 진행한 뒤 재판을 종결했다.

증거조사 과정에선 범행에 쓰인 둔기가 공개됐다. 재판부는 증거 보존을 위해 비닐에 싸인 둔기를 들어보고 이리저리 살폈다. 또 아내의 사망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재생되기도 했다. 해당 파일에는 쓰러진 피해자가 아들에게 구호 요청을 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은 "피해자는 당신의 억울함을 요청하는 녹음파일을 남겼고, 그간 (피해자가 먼저 공격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피고인은 다짜고짜 손에 들고 있던 둔기로 피해자를 가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아들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간절히 구호 요청을 하고, 피고인을 진정시키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멈추고 피해자를 살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살해했다. 이를 우발적 범행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인) 저조차도 아들에게 말 거는 피해자의 다정한 목소리, 가격당하며 지르는 비명, 숨이 끊기기 전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고 울컥한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음성 파일을 계속 재생했을 유족 마음을 재판부께서 깊이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수법,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A씨는 "사건이 처음 일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라며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 소중했던 아내와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드려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화목한 가정을 꾸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소망이 있었지만 비극적인 사건으로 소망도 잃고 제일 존경하는 평생의 반려자도 잃었다"며 "가해자였다고 하는 게 저도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회개와 반성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다시는 사회에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라며 잘못을 빌었다.

A씨의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유가족 등 피해자 측 지인들은 A씨가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범행 당시 피해자의 음성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오열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변론을 종결한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후 A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 로펌에 다니다 퇴사한 A씨는 지난해 12월3일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하다 자녀의 옷을 가지러 온 아내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아내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우발적인 폭행에 따른 상해치사라고 주장했다. 다만 변호인은 이날 상해치사 주장을 철회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우발적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변호인은 범행 당시가 녹음된 파일의 편집 가능성을 제기하며 범행 당시 A씨가 감정조절을 못 한 채 이성을 잃어 범행에 이르렀다고 변론했다. 또 아내의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렀다는 혐의는 부인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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