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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성스로운 도로'

등록 2013.10.08 19:45:08수정 2016.12.28 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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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박영주 기자 =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구분하고 싶지 않다. 둘 다 영화로 묶이기 때문이다."  영화 '성스로운 도로'(Sacro GRA)의 지안프란코 로시(49) 감독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성스러운 도로'는 로시 감독이 2년 간 미니 밴을 타고 로마의 거대한 외곽순환도로인 GRA 주변을 떠돌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로시 감독은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선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응급의료요원, 캠핑카에 사는 커플, 도로가 건물에 살고 있는 가족 등 다양한 남녀들을 병행시켜 보여준다.  이 영화로 로시 감독은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98년 잔니 아멜리오 감독이 제5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우리가 웃는 법'(The Way We Laughed)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이탈리아 영화로서는 처음이다.  로시 감독은 "베니스영화제 뿐 아니라 칸영화제에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경쟁부문에 출품됐다"며 기뻐했다. "특히 베니스의 수상은 내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20여년 간의 노력을 한 번에 정리해주는 듯했다. 승리와 성공으로 보답 받았고 수상 후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니 나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다."  "과거 작품을 봐도 '보트맨'은 5년, '그들만의 세상'도 4년이 걸렸다. 멕시코 킬러가 나온 '엘 시카리오: 164호'만 이틀 만에 촬영했다.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영화의 모든 것들을 직접 기획하고 있다. 방대한 고속도로를 주제로 하다 보니 어느 공간을 실현하고 어떻게 캐릭터를 잡을 것인지에 대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로마에 살면서 집과 공항을 오가며 이 도로를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캐릭터를 구성했다. 탄탄한 관계도 구축해야했다. 실제 그 도로에서 7개의 스토리를 찍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엔딩을 어디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자 했다. 영화를 보면 작은 것들이 막 지나간다. 이미 지나가면 없어지는 것들이 영화의 분위기 설정에 힘이 됐다."  자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때로는 적당한 빛의 조도를 기다리기도 했다. 다행히 로마는 천연광이 좋은 도시다. 석양도 좋다. 태양의 움직이는 모습들이 조명에 좋다. 언제 어떻게 적절한 조명을 가지고 찍을 것인가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어떨 때는 야간에도 촬영을 한 경우도 있다. 최고의 순간을 기대하는 게 중요했다. 또 로마는 눈이 오지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 35년 만에 폭풍우처럼 눈이 내렸는데 신이 주신 축복이 아닐까 싶다"며 고마워했다.  이 영화의 수상은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하지만 로시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모두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풀어나가는 것이다. 단지 어떤 방식으로 푸는 지의 차이다. 그래도 모든 영화는 예술로 귀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로시 감독은 7일 부산을 찾아 12일 폐막식까지 영화제를 즐길 계획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안면을 튼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이후 첫 공식행사다. 어제 10시 넘어서 도착해 지금부터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도 만날 것이다. 소규모 행사에 참석했는데 김기덕 감독을 만났다. 오래 뵙지 못했지만 머무는 동안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이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언제쯤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떤 새로운 장소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작품에서 두 번째 작품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는 그런 시간이 걸리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현재 당장 새로운 작품을 시작해야 할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 영화를 시작하면 24시간 내에 그것에만 몰두하고 내 모든 것을 바친다. 나로서는 완전히 나를 맡기는 작업이다."  영화작업을 사랑에 비유하며 "사랑이 오기도 하지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우선은 올해 계획돼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끝낼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1년 동안 학생들과 작업하기로 돼 있다. 3년 동안 많은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비우는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작업이다. 또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이걸 해보고 싶다는 필요성이 있을 때 다시 영화를 할 것이다. 돈이나 작업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야기를 필요로 해서 하는 작업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로시 감독은 에리트레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대학을 마친 후 미국으로 가 뉴욕대학교를 졸업했다. 모교와 멕시코시티의 영화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스위스 SUPSI, 영상아카데미에서 다큐멘터리를 가르치고 있다. '보트맨'(1993) '그들만의 세상'(2008) '엘 시카리오: 164호'(2010) 등을 연출했다.  gogogirl@newsis.com

【부산=뉴시스】박영주 기자 =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구분하고 싶지 않다. 둘 다 영화로 묶이기 때문이다."

 영화 '성스로운 도로'(Sacro GRA)의 지안프란코 로시(49) 감독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성스러운 도로'는 로시 감독이 2년 간 미니 밴을 타고 로마의 거대한 외곽순환도로인 GRA 주변을 떠돌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로시 감독은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선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응급의료요원, 캠핑카에 사는 커플, 도로가 건물에 살고 있는 가족 등 다양한 남녀들을 병행시켜 보여준다.

 이 영화로 로시 감독은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98년 잔니 아멜리오 감독이 제5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우리가 웃는 법'(The Way We Laughed)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이탈리아 영화로서는 처음이다.

 로시 감독은 "베니스영화제 뿐 아니라 칸영화제에도 다큐멘터리 영화가 경쟁부문에 출품됐다"며 기뻐했다. "특히 베니스의 수상은 내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20여년 간의 노력을 한 번에 정리해주는 듯했다. 승리와 성공으로 보답 받았고 수상 후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니 나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다."

 "과거 작품을 봐도 '보트맨'은 5년, '그들만의 세상'도 4년이 걸렸다. 멕시코 킬러가 나온 '엘 시카리오: 164호'만 이틀 만에 촬영했다.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영화의 모든 것들을 직접 기획하고 있다. 방대한 고속도로를 주제로 하다 보니 어느 공간을 실현하고 어떻게 캐릭터를 잡을 것인지에 대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로마에 살면서 집과 공항을 오가며 이 도로를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캐릭터를 구성했다. 탄탄한 관계도 구축해야했다. 실제 그 도로에서 7개의 스토리를 찍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엔딩을 어디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자 했다. 영화를 보면 작은 것들이 막 지나간다. 이미 지나가면 없어지는 것들이 영화의 분위기 설정에 힘이 됐다."

 자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때로는 적당한 빛의 조도를 기다리기도 했다. 다행히 로마는 천연광이 좋은 도시다. 석양도 좋다. 태양의 움직이는 모습들이 조명에 좋다. 언제 어떻게 적절한 조명을 가지고 찍을 것인가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어떨 때는 야간에도 촬영을 한 경우도 있다. 최고의 순간을 기대하는 게 중요했다. 또 로마는 눈이 오지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 35년 만에 폭풍우처럼 눈이 내렸는데 신이 주신 축복이 아닐까 싶다"며 고마워했다.

 이 영화의 수상은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하지만 로시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모두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풀어나가는 것이다. 단지 어떤 방식으로 푸는 지의 차이다. 그래도 모든 영화는 예술로 귀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로시 감독은 7일 부산을 찾아 12일 폐막식까지 영화제를 즐길 계획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안면을 튼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이후 첫 공식행사다. 어제 10시 넘어서 도착해 지금부터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도 만날 것이다. 소규모 행사에 참석했는데 김기덕 감독을 만났다. 오래 뵙지 못했지만 머무는 동안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이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언제쯤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떤 새로운 장소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작품에서 두 번째 작품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는 그런 시간이 걸리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현재 당장 새로운 작품을 시작해야 할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 영화를 시작하면 24시간 내에 그것에만 몰두하고 내 모든 것을 바친다. 나로서는 완전히 나를 맡기는 작업이다."

 영화작업을 사랑에 비유하며 "사랑이 오기도 하지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우선은 올해 계획돼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끝낼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1년 동안 학생들과 작업하기로 돼 있다. 3년 동안 많은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비우는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작업이다. 또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이걸 해보고 싶다는 필요성이 있을 때 다시 영화를 할 것이다. 돈이나 작업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야기를 필요로 해서 하는 작업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로시 감독은 에리트레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대학을 마친 후 미국으로 가 뉴욕대학교를 졸업했다. 모교와 멕시코시티의 영화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스위스 SUPSI, 영상아카데미에서 다큐멘터리를 가르치고 있다. '보트맨'(1993) '그들만의 세상'(2008) '엘 시카리오: 164호'(2010)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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