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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기자수첩]"공부도 잘하는 운동선수 만들자"

등록 2014.05.22 16:22:18수정 2016.12.28 12: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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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수첩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운동선수는 공부를 못한다'는 선입관이나 편견을 깨기 위한 시도가 스포츠계 전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학교체육진흥법'의 주요 내용 중 한 가지인 '최저학력제'가 대표적이다.

 학생선수들에 대해 일정 과목의 학업성적이 해당 학년 교과별 평균 성적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이 돼야만 대회 참가가 가능한 제도다.  

 교육계는 물론 체육계가 획기적인 조치라며 반긴 반면, 일선 학교 운동부를 비롯한 일부 체육계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최저학력제로 인해 학생선수들의 운동에 대한 집중력 저하, 훈련량 감소가 나타나 경기 성적과 기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우수선수가 학업 성적 미달로 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일부 학생선수들도 매일매일 운동에 전념하기에도 벅찬데 학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불만이다.

 이같은 입장은 앞길이 보장돼 있지 않은 비인기종목보다 프로가 활성화돼 운동만 잘해도 해당 종목 선수로 성장해 나갈 길이 좀 더 넓게 열려있는 인기종목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마침 이런 반발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름 아닌 국내 최고 인기종목 축구에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강연회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에 초대된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25·선더랜드)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광역시축구협회 회장과 최순호 축구협회 부회장의 발언이다.

 기 회장은 기성용의 축구유학을 2000년대 유행이 일었던 브라질이 아닌 호주로 보낸 이유에 대해 "영어만 잘 배우면 행여 다치거나 축구를 잘 못해서 도태되더라도 축구판에서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호주에서는 주말에만 경기를 하게 하고, 주중에는 못하게 한다. 선수들도 수업을 다 받게 한다. 한국의 학원 축구도 그래야 한다. 최소한 초·중교까지는 운동과 수업을 같은 비중으로 시켜야 한다. 모두가 축구 선수로 성공할 수 없다. 다른 길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 시기에 선수들이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훗날 축구를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도 "운동과 공부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출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5대5에서 점점 상급학교로 올라가면서 운동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도 초·중교 때 공부를 최대한 해놓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진로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득 기자의 고교 시절을 돌아봤다. 당시 학교 운동부 친구들은 대부분 오전 늦게 수업에 들어와서 잠만 자다가 점심 먹고 다시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운동하러 나가던 것이 기억난다. 선생님은 그 친구들이 수업에 늦거나 빠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코나 골지 말고 조용히 잠자다 가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고교 2학년 때 만났던 한 친구는 달랐다. 그 친구는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가는 것에 한계를 느껴 학업도 병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마침 담임 선생님이 학업 성적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을 짝지워서 함께 공부를 하게끔 했는데 기자가 그 친구와 함께 짝이 됐다.

 그 친구가 "공부를 좀 해보겠다. 도와달라"고 해서 정답노트를 한 부 더 만들어 그 친구에게 건네주는 등 늘 함께 공부했다. 그 친구의 성적은 계속 올라 처음보다 목표 대학을 한 단계, 두 단계씩 높여갔고, 마침내 명문대 체육교육과에 특기자가 아닌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ROTC로 군대를 다녀와 중견기업을 거쳐 현재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물론 기자 친구의 사례가 모든 학생선수들에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 주위의 배려와 지원이 있다면 그 친구처럼 마음을 잡고 공부한 지 2년 만에 명문대에 가거나 더 나아가 외국처럼 '운동선수 출신 변호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니 최소한 이날 강연회를 진행한 MC 김성주씨가 말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모 해설위원처럼 어휘력이 부족해 중계방송 내내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날 강연회에서 한 학생선수의 부친이 최 부회장에게 한 요청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학생선수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일반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들다. 축구협회에서 교육부와 협의해 주요 과목에 한해 축구선수들만 따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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