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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로봇PB시대온다①]'로봇매니저'가 당신 자산 관리한다

등록 2015.11.02 08:18:12수정 2016.12.28 15: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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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AP/뉴시스】24일(현재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거래자가 독일 증시 DAX가 1만 포인트 이하로 떨어진 것을 지켜보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2015.08.25

인간PB 대신할까…증권사들 '로보어드바이저' 속속 도입   미국선 20조원 시장 '운용형·자문형' 등 시장 세분화 "안정적 운용 검증 관건…시스템트레이딩 재탕" 우려도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 빌딩을 처분한 돈 100억원이 생긴 A씨는 실력 좋은 프라이빗뱅커(PB)를 찾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 은행의 PB에게 맡길지 여의도 B 증권사의 웰스매니저(WM)에게 맡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A씨가 지금은 은행에 다니는 사람이냐 증권사에 다니는 사람이냐를 놓고 고민하지만 앞으로는 인간이 아닌 로봇 PB도 포함시켜 고민하게 될 지 모른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서비스를 도입하게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직접 자산관리를 하는 게 아닌 알고리즘 기반의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회사에서 자문을 받으려면 1년에 최소 1%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미국에서 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평균수수료는 연간 0.5% 수준이다. 

 미국은 우리 보다 앞서 로봇 PB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 마켓라이더, 퍼스널캐피탈 등 20여개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등 글로벌 금융기관까지 뛰어들었다. 

 미국에선 로보어드바이저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알고리즘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산배분을 하고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운용형'과 투자자문만 제공하는 '자문형', 자문과 운용 업무를 수행하면서 온라인 채널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하이브리드형'으로 나눠진다.

 시장 조사기관 코마이프라이빗뱅킹에 따르면 미국 상위 11개 로보 어드바이저의 관리자산 규모는 작년 말 190억달러(약 21조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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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4500억달러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자산배분 수요 증가한데다 자기주도형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금융회사 PB 서비스는 거액의 자금이 있어야 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국내에서도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추진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문형'에 가깝다. 증권사가 플랫폼을 만들어 외부 자문사들을 참여시키는 형태나 기존 투자자문 서비스에 로보어드바이저를 결합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여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다양한 고객들을 연결해 줌으로써 로보어드바이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시장 활성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산을 맡기는 투자자 입장에선 낮은 수수료 보다 중요한 게 운용 성과인데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에 대해선 아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 1~2년 정도의 로보어드바이저 성과 검증이 시장 활성화의 선제 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은 모은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프로세스는 어렵지 않으나 핵심이 되는 포트폴리오 배분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고, 포트폴리오의 모니터링과 관리 그리고 리밸런싱 등도 중요한 작업들"이라며 "한국에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들에 대한 고객의 동의와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유행했지만 금세 시들해진 시스템트레이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스템트레이딩은 초창기에 수익이 나면서 유행했지만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하려고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과거에 있었던 시스템트레이딩에 자산관리 기능을 합친 정도로 보인다"며 "최소 1~2년은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검증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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