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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울리는 경기도 '핑퐁 행정'

등록 2017.05.14 1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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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2016.08.31.  stoweon@newsis.com

고령 할머니 위한 호스피스 설치비 지원, 道 업무 떠넘기기

【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업무를 다른 부서로 떠넘기는 경기도의 이른바 '핑퐁 행정' 탓에 고령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호스피스 병실 설치가 자칫 무산될 처지다.  

 14일 도(道)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은 지난달 26일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호스피스 병실 6개를 설치할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도에도 같은 요청을 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자, 도의회를 찾은 것이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가 90세가 넘고, 어린 시절부터 위안소에서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당한 집단 성폭력에 따른 트라우마에다 각종 노인성 질환이 악화하고 있다"며 "집중 요양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날로 악화하는 할머니들의 건강 문제를 두고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 이날 즉시 당 정책사업으로 확정하고 관련 예산 8억7000만원을 올해 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우선 편성해 달라고 도에 공문을 보냈다.

 이 예산은 나눔의 집 생활관을 증축해 확보하는 전체 330㎡(100평) 공간에 호스피스 병실(297㎡·90평) 6개와 화장실 1개(33㎡·10평)를 설치하는 비용이다.

 민주당은 이 예산을 통해 올해 안에 호스피스 병실을 확보하고, 운영에 필요한 물리치료사 1명(월 250만원)과 요양보호사 4명(월 200만원)의 5년 치 인건비 6억3000만원을 내년 본예산안에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는 이 예산을 올해 1회 추경안에 편성하지 않았을뿐더러 20일 가까이 되도록 아직 담당 부서조차 정하지 않았다.

 양로시설을 담당하는 부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노인이기도 하지만 '위안부'라는 특성 때문에 여성가족부와 연계된 부서가 담당이라고 떠넘겼다.

 여성 관련 부서는 호스피스가 의료시설이어서 보건 관계 부서나 노인 관계 부서가 담당이라고 다시 떠넘겼다.

 예산부서는 이미 추경안 편성 작업을 마친 시점이어서 예산 추가는 할 수 없었고, 나눔의 집이 민간 시설이어서 도지사의 특별조정교부금(옛 시책추진비) 지원도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국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이 또한 말뿐이고 중앙부처와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의회 민주당은 공식 예산 지원 요청에도 도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자칫 호스피스 병실 설치가 무산될 것으로 보이자, 12일 도지사 앞으로 공문을 보내 도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나눔의 집에 도비 지원이 불가하다면 그 법령 근거와 최근 3년 동안 이 시설에 지원한 국·도비 현황을 달라고 했다. 도의 안일한 행정 처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민주당에 공문으로 답하지는 않았지만, 나눔의 집이 노인복지시설이어서 의료시설인 호스피스를 설치할 수 없다는 의견은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담당 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관계 부서들과의 공식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환(고양7) 정책위원장은 "호스피스 병실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관 시설 확충 차원으로 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 "하루가 금쪽같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을 두고 도가 핑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생존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전국에 39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나눔의 집에 입소해 있다.

 나눔의 집 최고령 할머니는 김순옥·하점연 할머니로 96세이며, 최연소는 김정분·하수임 할머니로 88세이다. 입소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91.7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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