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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령까지 우리땅”…일제왜곡 극복, 고려국경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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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23 10:46:23  |  수정 2017-05-23 1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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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 역사학계는 고려의 국경을 <왼쪽>처럼 인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일본의 의도적 왜곡을 거둬내고 ‘고려사’, ‘요사’ 등 사서에 기반해 고증한 고려의 국경선이다.
인하대 고조선硏 "고려 천리장성, 中랴오허 유역에 위치"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중국 랴오닝성 톄링(鐵嶺)시 일대까지가 고려(918~1392)의 땅이었다. 윤관(?~1111)이 설치한 동북 9성의 현 위치는 지린성 옌볜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음모 탓에 우리나라 영토는 축소됐고, 결국 반도가 되고 말았다.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가 입증한 새로운 사실들이다.

 구체적으로, ‘고려사-지리지’는 ‘고려는 서북으로 당 이래 압록을 경계로 했고 동북은 선춘령을 경계로 삼았다. 대개 서북으로는 고구려에 다다르지 못했으나 동북으로는 그것을 넘어섰다’고 기록했다.

 그럼에도 고려의 서북 국경은 압록강에서 시작해 동으로 함경도 원산만이라는 것이 정설인양 굳어졌다. 조선 초 성리학자들이 편찬한 ‘고려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조선 후기 사대·모화주의 학자들 일부와 훗날 조선총독부 주관 조선사편수회의 ‘조선사’가 야합하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중국의 동북공정도 일제가 이렇게 왜곡한 한국사가 바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과거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했다는 설의 근거이기도 하다.

 ‘고려사-지리지’의 압록(鴨淥)을 일제는 압록강(鴨綠江)이라고 획정, 압록강에서 원산만 이남 지역만 고려의 땅이라고 봤다. 하지만 당시 고려와 국경을 맞댄 요나라의 역사책 ‘요사’와 대조하면 압록은 압록강이 아니라 랴오허(遼河)의 지류다.  

 복기대 교수(인하대 융합고고학)는 “국회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 고대사의 쟁점 사항에 관한 연구, 특히 한국의 기본 틀이 되고 있는 1945년 이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사’를 번역하고 원문대조 정밀해제하면서 파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려의 서북 국경선으로 추정되는 천리장성, 동북지역 국경으로 윤관이 축성한 9성의 위치도 찾았다. 복 교수는 “고려 국경선이 현재 인식하는 국경선으로 비정되다 보니 이와 연동된 발해, 조선의 국경선 문제도 자연히 왜곡된 고려 국경선을 기준으로 정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한택 교수(인하대 고조선연구소)는 “압록강(鴨淥江)은 오늘날 중국 랴오닝성을 관통해 흐르는 랴오허, 압록강(鴨綠江)은 북한과 중국 국경선인 압록강”이라고 못 박았다. 고려의 서북 국경에는 압록강이 둘 있었다. 국경선으로서의 압록강(鴨淥江)과 후방방어선으로서의 압록강(鴨綠江)이다. 압록강(鴨淥江)은 보주(保州), 압록강(鴨綠江)은 의주(義州)가 거점도시였다. 보주는 의주방어사가 관할했다. “고려의 서북 국경선은 고려 전체시기를 통해 변함없이 압록강(鴨淥江)이었다.”

 건국 초 고려는 유소(?~1038)에게 천리장성 축조 책임을 맡겼다. 변방 방어체계인 천리장성의 탄생이다. 압록강 하구~원산만에 있었으려니 한다. 그러나, 이 선상에서는 천리장성으로 볼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 확인되지 않는다.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돌로 쌓은 담은 일부 남아있지만 성이라고 할 정도는 못된다.

 윤 교수는 압록강(鴨淥江)으로 추정되는 현 랴오허 유역에 천리장성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1084년 시점 압록강(鴨淥江) 연안 요 수비병의 규모는 1부, 1주, 2성, 70보, 8영에 합계 정병 2만2000명이었다’는 고려의 기록이다. 남쪽은 요나라의 동경성에서 시작해 서북으로 황룡부에 이른다. 이 지명들을 보면 요나라의 동경성은 현 랴오닝성 랴오량(遼陽)시, 황룡부는 지린성 중북부다. 즉, 천리장성은 현 압록강변이 아니라 랴오허 유역에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 사료를 읽지 않은 중국 고고학계는 고려 천리장성을 고구려의 장성으로 오판했다. 윤 교수는 “기본 사서를 근거로 해 고려 국경사를 연구하면 기존의 후방방어선인 압록강(鴨綠江) 아래쪽으로 비정돼 온 강동 6주, 북경장성(천리장성), 서경 등은 현 랴오허 유역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짚었다.

 한편 윤관의 동북9성은 어디에 있었는지, 아직 정설이 없다. 막연히 함경도 남부에 위치했으리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함흥평야 일대’설은 일제 관학자들이 주장했다.

 이인철 교수(경복대학교 기획처장)는 “우리나라와 만주를 영구적 식민지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조작한 식민사관 중 반도사관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진실은 조선 ‘태종실록’과 ‘세종실록’에 담겨있다.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 협정에서 명나라는 공험진(公嶮鎭) 이남부터는 조선의 관할이므로 해당 지역을 조선으로 귀속하는 데 동의했다. 공험진이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선이 된 것이다.   

 이 교수는 “동북9성 위치를 비정하는 주요 지명인 공험진과 선춘령(先春嶺)은 두만강 이북에 위치했다. 오늘날 지린성 옌볜 자치주 북단 어디로 추정이 가능하다. 조선 초 ‘용비어천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들도 동북9성은 두만강 이북 700리에 위치했다고 서술했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김세연 의원(바른정당)과 인하대 고조선연구소가 2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여는 ‘일본에 의해 왜곡된 고려 국경선의 실체는?-조선사 해제사업 결과를 중심으로’ 학술회의에서 공개된다. 윤한택 교수, 이인철 교수와 더불어 윤은숙 교수(강원대 사학)가 ‘13~14세기 고려의 요동인식–요·심지역을 중심으로’, 남의현 교수(강원대 사학과)가 ‘명대 한·중 국경선은 어디였는가’, 박시현 교수(인하대 고조선연구소)가 ‘송나라의 고려 국경선 인식’을 발표한다.

 연구를 총괄한 복기대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도 반박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 새롭게 비정된 압록강의 위치나 고려의 천리장성 위치는 그동안 한국역사학계의 고려사 인식체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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