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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방향도 불확실성 휩싸여···英협상력 약화 불가피

등록 2017.06.09 14:42:19수정 2017.06.09 14: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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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방향도 불확실성 휩싸여···英협상력 약화 불가피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8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과반 의석 달성 없이 재집권을 하게 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방향도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 의석을 확대해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며 조기 총선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보수당의 의회 장악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EU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그가 설 자리도 좁아졌다.

◇ 보수당 입지 약화로 英내부 정치 혼란 가중

 '헝 의회'(과반 정당 없음) 출현 또는 보수당 의석 축소로 메이의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건 EU 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영국 정부가 국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협상 방향도 불안정해 지기 때문이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뢰겔의 군트람 볼프 소장은 "EU와의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며 "영국 내부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타협을 도출하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CNBC방송에 설명했다.

 유럽정책연구소(EPS)의 카렐 란누 최고경영자(CEO) 역시 "근소한 수준의 다수당 지위도 도움이 안 된다. 이는 보수당 내란 확산을 의미한다"며 "영국이 명확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면 EU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U는 표면상으론 보수당도 노동당도 지지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강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메이든헤드=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지역구인 잉글랜드 메이든헤드에서 총선 결과를 듣고 있다. 2017.6.9.

【메이든헤드=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지역구인 잉글랜드 메이든헤드에서 총선 결과를 듣고 있다. 2017.6.9.




◇ 브렉시트 협상 방향 불확실성도 심화

 영국 내부 혼란만 가중됐을 뿐 EU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이혼 합의금', '선 탈퇴 후 무역협상' 등 협상에 임하는 EU의 근본적 관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덴마크 삭소은행의 존 하르디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잔류를 위한 국민투표가 추진돼 브렉시트 상황이 재조정되지 않는 한 영국 총선 결과가 EU의 입장에 미치는 영향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영국 국내 정치가 삐걱거리면 협상의 불확실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영국 측에서 누가, 어떤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것이며, 언제쯤 그럴 준비를 갖출 수 있을 것인지 모든 게 불투명해진다.

 메이는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 투표 직후 총리직에 오른 뒤 줄곧 영국 측 브렉시트 총책임자 역할을 해 왔다. 당내 반발에도 '절반의 탈퇴는 없다'며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탈퇴) 방침을 결정한 사람도 바로 메이다.
 
 보수당은 가까스로 제1당 지위를 유지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이미 도마에 올랐다. 보수당에선 메이가 조기 총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슬링턴=AP/뉴시스】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지역구인 런던 이슬링턴에서 연임이 확정되자 미소짓고 있다. 2017.6.9.

【이슬링턴=AP/뉴시스】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지역구인 런던 이슬링턴에서 연임이 확정되자  미소짓고 있다. 2017.6.9.

◇ '2년 시한'은 흘러가고···협상 일정 차질빚나
 
 EU는 영국 총선이 끝나면 오는 19일부터 첫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영국이 총선 여파를 추스를 수 있도록 어느정도 시간을 주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문제는 '2년(2019년 3월까지) 협상 시한'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U 입장에서는 굳이 영국 입장을 봐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유럽 지도자들은 "베드 딜보다 노 딜이 낫다"는 메이의 강경한 입장에 우려를 표해 왔다. 이들은 브렉시트 여파가 향후 유럽 선거들로 확산되는 사태 역시 원치 않는다.

 의회 장악력이 약화된 보수당이 재총선을 추진할 경우 상황은 한층 악화된다. 브렉시트 협상 공백 기간이 추가로 길어지는 것은 물론 이번에 힘을 키운 노동당이 대대적 반격을 시도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보수당과 정반대인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한다. 노동당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 EU 탈퇴를 그대로 추진하되 EU 단일시장 잔류, 영국 내 EU시민 권리 보장 등 보다 유연한 브렉시트를 하겠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2년 안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영국은 뚜렷한 대안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협상 기한을 조정하려면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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