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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총수' 네이버···"이사회 무의미·글로벌 시장 진출 타격 우려"

등록 2017.09.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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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총수' 네이버···"이사회 무의미·글로벌 시장 진출 타격 우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3일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해 네이버는 '이사회 의미 퇴색·글로벌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네이버를 새롭게 포함하면서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이 금지되고, 공시의무 등을 적용받게 된다.

 앞서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네이버 주식회사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한다. 동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사실상 지배 여부'는 동일인의 지분율, 경영활동 및 임원선임 등에 있어 동일인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판단된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네이버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해진 창업자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밖에 2015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시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해 자료를 제출했던 점도 고려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로,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춘 네이버를 이 기준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것과 경영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전문경영인의 경영권은 주주들의 신임에서 나온다. 지분소유에 의해 뒷받침되는 그룹총수의 지배력과는 다르다"며 "회사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 측은 이해진 창업자의 동일인 지정으로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유럽·북미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와 변대규 이사회 의장 등을 주축으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외부인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국내 IT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버와 국내 포털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카카오의 경우만 해도 김범수 창업자가 의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사회가 탄탄하게 구성돼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총수가 지정되는 순간 이사회가 무의미해져 버린다"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늘 나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보다 저평가돼 있는 현상)'를 적용받게될 우려점도 분명히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벌이란 표현이 해외에서는 순환출자, 족벌경영 등 안 좋게 불려지는 대표적인 의미가 됐다"며 "이해진 창업자가 글로벌투자책임자로서 100대 글로벌 기업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재벌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가뜩이나 네이버가 인지도도 낮은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본격 진출, 구글 등 세계적 IT기업들과 경쟁을 펴려는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됐다는 얘기다.

 한편 이 같은 네이버 측 주장에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동일인 지정 기업집단이 해외 투자활동 등에서 지장을 받고, 이미지 타격을 입는다고 하는데 그런 주장이 (타당한지)모르겠다"며 "만약 그렇다면 삼성의 이미지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당장 삼성에서 동일인이 없어진다면 오히려 해외 바이어나 계약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네이버의 주장은 정확한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이해진(4.31%) 창업자 및 임원(0.18%)이 보유한 지분은 4.49%다. 이밖에 주주구성은 ▲1% 미만 소수주주들 50.31% ▲2% 내외 7개 외국기관 11.76% ▲자사주 10.90% ▲국민연금 10.76%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영국) 5.04%,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미국) 5.03% ▲미래에셋대우 1.71%, 등으로 돼 있다.

 네이버 측은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이 국민연금보다 낮아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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