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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서 또 다른 전운…터키·쿠르드 무력 충돌하나

등록 2018.01.17 14: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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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AP/뉴시스】16일(현지시간) 시리아 홈스에서 공습 때문에 건물 벽에 난 구멍 사이로 시내 전경이 보이고 있다. 2018.1.17.

【홈스=AP/뉴시스】16일(현지시간) 시리아 홈스에서 공습 때문에 건물 벽에 난 구멍 사이로 시내 전경이 보이고 있다. 2018.1.17.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사하면서 내전 중인 시리아에 또 다른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오전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민간인들이 차량을 이용해 이 곳을 빠져나와 인근 시리아 정부군 통제 지역인 알레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프린은 시리아 내 쿠르드 반군인 시리아민주대(SDF)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SDF를 퇴치하기 위한 터키의 군사 작전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피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미국·터키·쿠르드, 꼬이고 꼬인 관계

 SDF는 터키가 테러 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민주동맹당(PYD)과 연계된 세력이다. 터키는 이들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터키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

 터키는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이 SDF와 협력해 시리아 북부에 국경수비대를 구성하기로 하자 군사 작전 준비에 돌입했다. 미국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그동안 SDF를 지원해 왔다.

 터키 정부는 미국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인 터키와 쿠르드 반군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언제든 군사를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터키군이 시리아 아프린 접경에서 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동매체 알 아라비야는 터키군이 15일부터 이 지역에 장갑차와 군인들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전했다.
Turkey's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talks to supporters of his ruling Justice and Development Party (AKP), at a rally in Yozgat, eastern Turkey, Sunday, Jan. 14, 2018. Erdogan said Sunday the country will launch a military assault on a Kurdish enclave in northern Syria "in the coming days," and urged the U.S. to support its efforts. (Pool Photo via AP)

【요즈가트=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2018.1.15.

◇터키, 시리아 쿠르드 자치지역 조성 우려

 터키는 SDF가 시리아 북부에 자리잡으면 이 곳에 쿠르드 자치지역이 조성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11일 관료회의에서 "누구도 감히 그 곳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SDF는 자신들이 터키의 PKK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PKK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 조직 모두 터키에 수감 중인 쿠르드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을 추종한다.

 터키 정부는 연합군과 SDF의 IS 격퇴 작전이 마무리된 만큼 미국 정부가 SDF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미국은 작전이 깔끔히 종료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는 SDF와의 국경수호대 창설을 놓고 터키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이 이 군대를 구성할 경우 시리아 내전 양상은 물론 터키와 서방과의 관계가 한층 복잡해질 거란 우려가 높다.

◇ 시리아 내전 복잡 심화...지켜보는 러시아

 시리아 내전에는 현지 정부와 반군, 터키 등 인접국들만 연관된 게 아니다. 미국은 쿠르드 반군을 지원하고, 미국과 나토 동맹인 터키는 비 쿠르드 반군을 지지한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감싸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 아흐메트 카심 한은 BBC방송에 "미국이 정말로 국경군을 구성한다면 시리아에 완전히 다른 등식이 나타난다"며 "미국 정부는 터키의 반응을 예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터키가 군사작전을 준비 중인 아프린에는 러시아군인들도 주둔 중이다. 러시아가 터키의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을 경우 터키군은 비 쿠르드 반군과 연합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작전을 이행해야 한다.

 러시아가 이를 허용한다고 해도 문제다. 터키에선 이슬람 원리주의파인 애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하고 미국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터키와 미국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카심 한은 "터키가 러시아와 합의를 본다면 터키는 러시아와 더불어 서방과의 관계에도 분수령을 맞는다"라며 "터키의 외교정책이 러시아에 더욱 밀착되면 나토와 터키 간 완전히 새로운 관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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