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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주열 "근로시간 단축, 제조업 인건비 부담 더 키울 수 있어"

등록 2018.02.27 13: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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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18.02.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18.02.27. [email protected]

"기존 임금수준 유지된다면 기업 입장에선 부담…유념해야"
"장시간 노동 관행은 효율화 될 것…대체 고용 창출 효과도"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에 대해 "초과근무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등은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이같이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선 "먼저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생산 관행을 효율화 하는 효과가 있다"며 "잘 알다시피 국내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언급했다. 또 "대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이날 국내 실물경기에서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는 한은의 설명과 달리 실제 소비자 심리지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일시적인 월별 변동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현재 소비자 심리지수도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따라 소비는 완만하나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다음 금리인상 시점을 5~7월 정도로 잡고 있다. 마침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근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추경카드를 언급, 확정되면 비슷한 시기에 추경과 금리인상이 같이 이뤄지게 된다. 추경을 해도 금리정상화의 현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나. 만약 그렇지 않고 정부와 정책방향과 다르게 움직이게 된다면 한은이 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공조는 어떤 게 있나.

"정부가 추경을 하더라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성장세 지속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상황·물가·금융안정 등을 종합적 고려해서 운영해 나가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도 같이 살피면서 통화정책을 펴 나갈 계획이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거시정책이긴 하지만 정책의 유효성 높이기 위해서 자금의 흐름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금융중계지원대출 제도 중에 '신성장 일자리 지원프로그램'이란 제도를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서 정부의 지원 정책과 조화를 이뤄나가도록 하겠다."

-한미간 금리 역전이 당장의 자본유출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장기화가 되면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총재께선 금리 역전에 따른 영향을 어느 정도로 보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뭔가.

"이론적으로 보면 한미 금리가 역전이 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증권자금의 유출 압력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상당수준이고 경상수지도 상당폭 흑자를 지속하는점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하다. 또 외국인 채권자금 중에서 주체를 분류했을 때, 소위 장기투자행태를 보이는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외국의 국부펀드를 비롯한 국제기구 등 공공자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도 큰 폭의 자본유출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보면 대규모의 증권 자금 유출은 내외금리차보다는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이나 일부 신흥국 경제의 불안이 확산되는 경우에 주로 발생했다. 금리차만으로 발생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자본유출입은 금리 차 외에도 국내외 경기나 물가 상황, 환율 변동에 대한 기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험자산선호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지난해 8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유출됐지만 다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 CDS프리미엄 등 여러가지를 감안할 때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총재께선 그간 미국의 금리인상만을 가지고 금리 결정 하지 않는다고 해 왔다. 그렇지만 당장 미국이 금리인상 횟수를 종전 3차례서 4차례로 늘릴거란 전망이 많아지는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향후 금리인상 경로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이 위원들의 '닷차트'다. 닷차트를 보면 아직 3회 인상의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걸로 파악된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하는 예상이 종전보단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닷차트를 가지고 말씀드리는 게 현재로선 가장 적절한 게 아닌가 한다.

물론 3회가 될지 4회가 될지는 앞으로 미국의 고용, 물가 등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걸로 본다. 그러나 늘 말씀드리는대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계해서 한은 기준금리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그때그때의 경기와 물가 상황에 따라서 종합적 판단해서 결정한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미 통상압박이 향후 국내에 어떤 영향 미칠거라 전망하나.
 
"두 사안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진게 사실이다. 다만 군산공장의 경우 현재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공장 폐쇄가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따져보면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경제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일부 품목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등 강화된 보호무역 조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숫자로만 놓고 보면 현재로선 그리 크다고 얘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사안이 더 확대될 경우, 즉 군산공장 폐쇄로 그치지 않고 더 확대된다거나 미국의 통상압력이 지금 조치에서 국한하지 않고 주력품목까지 확대될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을 거다. 또 이런 것이 더욱 증폭된다면 우리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두 사안은 앞으로도 전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에도 하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두 사안이 국내 성장의 하방리스크를 높이는 그런 요인이지만 현재로서 수치로 환산해보면 아직 저희가 발표했던 성장률을 조정해야 할 상황까진 아직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GM 관련사안의 경우, 향후 처리방향이나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에 따라서 성장률에 다시 반영하게 되면 다시 반영해 발표하겠다."

-미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압박을 했을 경우 가장 타격받을 걸로 보이는 산업은 뭐라고 보나.

"통상압박이 강화되면 한 두 업종뿐 아니라 많은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걸로 예상된다. 일단 쉽게 생각한다면 대미수출 비중이 높고 대미흑자가 큰 업종이 타격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동차와 철강을 대표적인 품목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물론 이는 앞으로 미국 통상정책이 어떻게 나갈지를 면밀히 본 후에 답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리보(LIBOR) 등에서 달러 조달금리가 원화보다 낮은 상황이다. 1년물 스왑포인트도 크게 하락해서 2008년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게 한미 원화-달러 금리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나.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쏠림은 없었나.

"스왑포인트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게 사실이다. 한미간 1년물 금리차를 보면 2009년만 해도 2%대 중반 수준에서 최근에는 소폭 마이너스 수준까지 금리차가 역전이 됐다. 이렇게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것의 가장 주된 이유는 내외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험사 비롯해서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증권 투자가 확대되고 그에 따른 환 헤지 수요로 인해서 스왑자금이 수요가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일시적으로 수급 불일치에 따라 심리적 쏠림요인도 가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1월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로 굉장히 낮다.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낮은 게 아닌가 보여지는데 물가상승 경로가 전망대로 가고 있다고 보나.

"우선 주된 요인은 축산물 가격이 하락했고 실손보험료 동결 등에 주로 기인했다. 즉, 기상변화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나 규제 물가 등의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소비자 물가의 흐름은 지난해 초에 공급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이 큰 데 따른 기저효과로 당분간 낮은 상승률을 보이겠으나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성장세의 지속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수요측면 물가상승압력이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초반에 총재께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적기라고 했었다. 최근 대내외 여건이나 고용시장의 상황을 보면 그리 좋진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적기라고 보나.

"제가 말씀드린 기업의 구조조정이란 경쟁력이 없거나 업황이 나쁜 그런 기업을 일시에 문을 닫게 해서 실업자를 양산해내는 그러한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다. 비효율적 부문에 가 있는 인적자원, 물적자원을 보다 효율적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의 구조조정은 우리의 장기성장 기반을 다져간다는 측면에서 지속돼야 한다. 전반적 실물경제 상황은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황이고 금융측면에서도 이렇다 할 위험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장기성장의 구축을 위해서도 꾸준히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 소비개선을 강조했다. 그런데 소비자심리지수가 석 달째 하락하는 중이다. 오히려 소비는 위축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소비가 개선될거라고 보는 근거가 뭔가.

"소비동향을 보면 외국인관광객이 조금 축소되는 등의 영향에 따라서 일시적인 월별 변동이 있다. 그러나 소비는 전반적으로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적어도 기준치는 상회하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전반적 경기도 전체적으로 견실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에 따라 소비는 완만하지만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본다."

-새벽에 결정된 근로시간 단축이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보나. 또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은 어떨 것이라 보나. 전체적인 성장률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근로시간 단축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먼저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생산 관행을 효율화 하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으로 아무래도 대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면 기업들 입장에서, 특히 초과근무의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등은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효과에 대해 최근 청와대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에선 조사국에서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1분기 성장률을 0.1%p 내외 높일 거라고 설명드렸다. 그 이후에 올림픽 조직위 측 의견 들어보니 그때 파악하지 못했던 대회운영경비가 9000억원이 있다고 한다. 그걸 감안하면 지난번 전망했던 것보다는 수치가 조금 더 높아질 걸로 생각한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뎌지는 데 반해 미국은 계속 빨라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내외금리차가 1%까지 벌어지게 될 거란란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에도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나.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에 만약 한은의 금리인상 횟수가 미치지 못하면 역전까지는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또 당분간은 자본유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채권자금의 경우 계속 순유입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자본유출 압력이 크지 않을거다. 1%p까지 가면 어떻겠느냐고 질문했는데, '어느 수준에 가면 어떻게 될거다'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금리결정을 할 때 마다 유심히 살펴보고 정책을 운용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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