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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北여성,성폭력 위험에 상시적 노출…신고자는 구금"

등록 2018.11.01 17: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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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62명 인터뷰…"우리를 장난감으로 생각"

北구류장 등에서 성폭력…공공장소 성추행도 만연

【평양=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6일 평양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2018.10.07.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6일 평양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2018.10.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북한 여성들이 상시적으로 성폭력, 성추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관료, 군인 등이 주로 가해자였지만 공공시설에서의 성추행 등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31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86쪽 분량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신은 밤에 울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북한에서의 여성 상대 성폭력'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지난 2011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54명의 탈북민들과 8명의 전직 북한 관료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은 감옥과 구금시설은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찾은 시장에서도 수시로 성폭행이나 성추행 대상이 됐다.

 30대에 밀수업자로 활동하다 2011년 구류장에 유치됐던 윤수련씨는 유치 기간에 경찰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윤씨는 "사흘 동안 먹지 못하고 어두운 방에 홀로 갇혀있었다. 어느 날 새로 온 경찰관이 나를 성폭행했다"며 "'내가 만약 거절하면 얼마나 더 큰 벌을 받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 (저항하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40대에 상인으로 일했던 오정희씨는 "시장 경비원이나 경찰관들은 원하는 날마다 나를 시장 밖의 빈 방이나 자신이 선택한 다른 장소로 데려갈 수 있었다"며 "그들은 우리를 장난감으로 여겼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또 "공공장소에 가면 언제나 남자들의 손이나 신체가 가슴 등에 닿았다"며 "나는 앙갚음이 두려워 알아차리지 못한 척하며 그 장소를 떠났다"고도 했다.

 오씨는 "그런 일은 너무 잦아서 아무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여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남자들은 그런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우리도 그랬다"며 "가끔씩 밤에 흐느낄 때도 있지만 그 이유를 모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상인으로 일했던 윤미화씨에 따르면 그가 지난 2009년 구류됐던 이른바 '집결소'에선 억류 기간 동안 밤마다 예쁘고 어린 소녀들이 심문을 이유로 불려나가 성폭행을 당했다. 윤씨는 "(밤마다 들리는) 딸깍, 딸깍, 딸깍 하는 소리가 내가 들어본 소리 중 가장 무서웠다"며 "그건 감방 문 열쇠였다. 매일 밤 감방 문이 열렸고, 나는 숨죽인 채 (선택 받는 사람이) 내가 아니길 바랐다"고 했다.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등에 소속된 관료들이 여배우들을 불러 성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 고위급 비밀경찰이었던 고명철씨는 "가끔 우리 중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호텔 로비 직원에게 그 배우를 데려오라고 했다"며 "누구든 우리가 선택하면 몇 시간 안에 방으로 왔다"고 했다.

 이 밖에도 탈북 과정에서 붙잡혀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겪은 사례 등 다양한 성폭력, 성추행 사례가 수집됐다. 그러나 피해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HRW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들 중 오직 1명만 피해 신고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신고자인 조은별씨는 2013년 중국 상인과 거래한 혐의로 검찰 심문을 받던 중 성추행을 당한 뒤 자신이 평소 알고 지내던 보위부 경찰에게 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오히려 신고 이후 조씨가 구금됐고, 구금 시설에서 또 다른 성희롱 피해를 겪은 뒤 '(성추행 피해) 누설 금지 각서'에 사인해야 했다.

 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은 "만약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면 북한 여성들도 '미투(Me Too)'를 외치겠지만, 김정은 독재 체제에서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로스 총장은 "북한 여성들이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마다 정부 관료나 노동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해선 안 된다"며 "김정은과 그의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여성 보호와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구현을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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