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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시대 '망중립성'의 향방은…폐지 vs 규제 '대립각'

등록 2018.12.23 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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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해 6월 '망 중립성 원칙' 폐지하자 국내도 요동

5G 통신정책협의회서 협의 토대 내년 3월께 방향 제시

5G 구축이 망중립성 원칙 변경 사유되는지 검토키로

통신사, 대용량 트래픽에 비용 부과.5G상용화 위해 완화 필요

스타트업·중소 콘텐츠 사업자, 자본·협상력 떨어지면 고사

제로레이팅 놓고 이용자 혜택 VS 규제 강화 및 금지 충돌


【워싱턴=AP/뉴시스】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 Rules)'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이날 폐지안이 찬성 3, 반대 2로 가결된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2.12.15

【워싱턴=AP/뉴시스】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 Rules)'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이날 폐지안이 찬성 3, 반대 2로 가결된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2.12.15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 완화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누구든 인터넷을 이용할 때 속도나 망 이용료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공평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인터넷을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재로 보는 개념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자율주행과 원격의료 등 5G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 완화가 필요하며,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CP)에게 공정한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되면 자본력과 협상력이 없는 상황에서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5G통신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망 중립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반기 중에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가 10개월간 논의 끝에 망 중립성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며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5G 협의회 역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美, 망중립성 원칙 폐기 '도화선', 입장차 팽팽

국내에서 망 중립성 완화 논란이 확대된 것은 지난 6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 폐기를 담은 '인터넷의 자유 회복' 행정명령을 공식 발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컴캐스트나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국내 통신사업자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대형 콘텐츠 사업자(CP)의 대용량 트래픽 사용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초고화질 콘텐츠, 자율 주행차, 원격의료, 사물인터넷 등 분야별 네트워크 용도를 구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트래픽 관리에 효율적이지만 망중립성 원칙 완화가 불가피하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은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미적용과 이용자를 볼모로 한 협상력 우위를 통해 망사용료를 회피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사업자에게 네트워크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국내외, 기간-부가통신사업자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망중립성 완화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력이나 콘텐츠 협상력이 없으면 망 사용료를 비싸게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 중립성 원칙을 토대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반추하면 정부 기조와 달리 성장 사다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산업인 온라인서비스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기업 규제를 해소, '혁신 성장'을 촉진하려는 현 정부 기조에 반한다"며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선 공약인 망중립성 유지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인터넷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5G시대 '망중립성'의 향방은…폐지 vs 규제 '대립각'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주도로 구성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는 올해 2월부터 10개월간 머리를 맞댔으나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신 5G 구축에 필요한 투자액과 망 중립성 규제로 망 투자가 저해되는 지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뒤 망 중립성 원칙의 변경 사유가 되는지 검토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망 이용대가 협상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한 것은 성과다. 가이드라인에는 성실협상, 사전고지, 망 이용대가 산정 원칙이 포함된다. 결과보고서는 오는 2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 제출돼 정책 결정에 활용된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갑질처럼 글로벌 기업과 국내 망 사업자의 영향력이 역전돼 있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망 이용 가이드라인 협상 원칙과 절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동일시장, 동일 서비스 원칙을 토대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정 및 이용자 보호 측면"이라고 밝혔다.

◇5G 통신정책협의회, '제로레이팅' 논의 평행선

 공은 5G통신정책협의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제1소위는 지난 20일  3차 회의를 열고, 국내외 제로레이팅 동향 및 사례를 공유한 뒤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제로레이팅이란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다. 인터넷 콘텐츠의 데이터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이미 제로레이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안별로 불공정거래 및 이용자 이익 저해시 '사후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AT&T가 자사 IPTV인 U-유니버스TV와 계열사 위성방송 다이렉TV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고, 버라이즌도 자사 IPTV 피오스TV와 비디오플랫폼인 고90에 쓴다. 영국 '쓰리'는 넷플릭스, TV플레이어, 애플 뮤직 등에, 독일 T-모바일은 자체 메시지앱 메시지 플러스와 애플뮤직, 넷플릭스, 유튜브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 비용이 없다.

국내에서는 제로레이팅을 사전 규제하는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경우 규제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자사 T맵과 계열사 11번가에 제로레이팅을 적용 중이며, KT는 원내비와 올레TV, 카카오택시에, LG유플러스는 원내비와 지니뮤직 등을 이용할 때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한다.

협의회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제로레이팅이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불공정거래,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경우에 한정해 사후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 행위 등 제로레이팅에 대한 규제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최근 통신사들이 자사 서비스에서 제로레이팅을 실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사 콘텐츠 사업자(CP)가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우엔 제로레이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제로레이팅 논의를 시작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정리한 뒤 내년 상반기에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망 중립성 원칙은 유지하는 기조다. 다만 어떻게 개선할 지 논의하고 있고, 결과는 내년 3월 이후 제시할 예정"이라며 "망 이용 대가는 '인터넷 상호 접속'을 말하는 것으로 별도 연구반을 운영 중이며 내년 초에 개선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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