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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평화당…당권파 vs 대안정치 공방 격화

등록 2019.07.21 13: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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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늘 안에 있다?' 당내 입지 굳히기 위한 기싸움 치열

당권파, 박지원 공격·유성엽 징계 청원 등 조치 잇따라

대안정치, 당내 여론 확장·외 부인사 영입 활동 매진

'3단계 창당 로드맵' vs '당권 이용 저지' 공세 거세질 듯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민주평화당 정동영(왼쪽)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 2019.07.11.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민주평화당 정동영(왼쪽)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자강(自强)파와 제3지대파로 나뉘어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구도로 활동 중인 민주평화당이 당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평화당은 지난 16일 오후 9시부터 시작된 심야 의원총회에서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자강파와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으로 구성된 제3지대파가 갈등을 털어내고 단일 대오를 구성할 지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을지 관심이 모아졌었다.
 
결국 제3지대파는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를 결성했다. 함께하는 의원은 김종회·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10명이다. 이중 유성엽 원내대표가 대안정치의 대표를 맡고 최경환 의원이 대표간사를, 장정숙 의원이 대변인을 맡기로 했다.

이후 양측의 신경전에 속도가 붙었다.

정동영 대표는 심야 의총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정치 측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뒤에서 분열을 선동한다'고 말했고, 몇 시간 뒤 대안정치 유성엽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안정치는 평화당을 제3지대로 전환하기 위해 결성한 것이며 제3지대로 가는데 현재 당 대표는 걸림돌'이라고 반격했다.

지난 18일에는 정동영 대표가 당내에 특별기구 '대변화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대안정치가 내놓은 제3지대 구축을 탈당이나 신당 창당이 아닌 자강을 중심으로, 평화당 내에서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당권파로 일컬어지는 정동영 대표와 최고위원들. 2019.07.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당권파로 일컬어지는 정동영 대표와 최고위원들. 2019.07.19. [email protected]


반면 대안정치 측은 정동영 체제 1년 동안 오차범위 미만의 정당지지율이 이어져왔고,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즉 대변화추진위를 운영하더라도 대표가 물러나야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당권파는 대안정치 측이 정동영 대표의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새로운 인재를 영입한 인사에게 공천권을 일부 줄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놓고 당권과 공천권을 노린 술수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 라인으로 추정되는 평당원 한 명은 대안정치의 대표를 맡은 유성엽 원내대표가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다며 중앙당 당기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청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안정치는 논평을 내어 "당 지도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대안정치는 평화당의 당권이든 공천권이든 관심이 없다. 좋은 인물 영입을 위해서는 비례 1, 2번도 줄 수 있다는 의지표명을 했을 뿐이다. 방점은 현역의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모색하자는 노력을 흑색 선동으로 모략하는 당 지도부가 분열의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대안정치 측은 당내 여론을 보다 더 집중하기 위한 의원별 물밑 접촉과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골몰하는 모양새다. 10명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동을 벌이면서 이따금씩 국회 인근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하며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와 장정숙 대변인. 2019.07.1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와 장정숙 대변인. [email protected]



유성엽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 이전 1단계, 연말께 2단계, 총선 직전 3단계로 나누어 신당 창당에 대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라고 밝히기엔 이 시점에 맞지 않지만 3~4명 정도 물색해 놨다"며 이른바 뉴페이스 영입 작업이 한창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대안정치 측이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 및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올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을 10%까지 올려놓겠다'고 언급했다가 최근 번복했다.

당시 여론조사결과 당 지지율은 4.9%(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4월8일~12일 2519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였고, 지난 18일 여론조사에서는 5.2%(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8월 13일~14일 1005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를 기록했다.

여기에 혁신위도 주대환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내 퇴진 목소리가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정치와 손 대표 측이 힘을 합쳐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안정치 측에 따르면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 제3지대 신당이 창당할 경우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4월9일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 당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 여부를 놓고 비공개 심야 의원총회를 벌인 바 있다. 2019.04.09.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4월9일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 당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 여부를 놓고 비공개 심야 의원총회를 벌인 바 있다. [email protected]



다만 당권파 측은 이러한 대안정치 측의 시도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 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우선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다시 합치는 것에 대한 명분이 없다. '도로 국민의당' 지적이 나오는 것이 그 이유"라며 "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설도 나오는데,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손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설령 대안정치와 함께 움직인다고 해도 파급력이 크지 않을 텐데 강행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보다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평화당이 곧 제3지대가 될 수 있다. 왜 굳이 명분도 없는 신당을 창당하고 멀쩡한 정당을 쪼개려하는 것인가"라며 "이는 전당대회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당원들의 지지로 선출돼 운영 중인 (정동영) 당대표 체제에 뒤늦게 반발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당권파 측에서는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대안정치 결성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을 회유하는 작업과 함께 당권을 이용해 대안정치 구성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한 공세를 더욱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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