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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밍고, 수십 년간 女성악가·무용수 성추행 의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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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13 16:13:54
피해 여성들 "도밍고는 오페라계의 신"
8명의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 성추행 주장
AP "도밍고 성추행,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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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AP/뉴시스】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가 1명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로부터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이 여성들은 도밍고가 일자리나 배역 등을 미끼로 그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그의 접근을 거절할 경우 직업적으로 그들에게 불리함을 줬다고 밝혔다. 2019.08.13.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오페라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78)가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여성들을 성추행해왔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으며 당시 상황을 교차 확인해줄 지인들의 증언도 청취했다고 밝혔다.

도밍고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페라 성악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4000개 넘는 공연에서 150개의 역할을 소화했다. 이는 그 어떤 오페라 성악가도 근접하지 못한 기록이다.

도밍고는 성악가, 지휘자, 오페라 총감독을 넘나들며 업계에서 1인자의 지위를 지켜왔다. '도밍고 콩쿠르'로 알려진 권위있는 성악 콩쿠르 '오페랄리아 콩쿠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밍고가 자신의 위상을 내세워 여성들에게 성적인 요구를 해온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AP는 전했다.

AP에 따르면 도밍고는 8명의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 한 명을 성추행했다. 9명의 피해자 중 7명은 도밍고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게 경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도밍고와 함께 일했던 소프라노 퍼트리샤 울프는 피해 여성 중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했다. 울프는 1998년 워싱턴 오페라에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도밍고는 워싱턴 오페라에서 1996~2003년 예술 감독을, 2003~2011년 총감독을 역임한 절대 권력자였다.

울프는 "내가 무대에서 내려올 때마다 도밍고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오늘밤 집에 가야해?'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또 탈의실에서 나갈 때 복도에 도밍고가 있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당시 남성 동료들이 울프에게 도밍고의 비행을 외부에 공개하고 싶다면 도와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AP가 접촉한 전 동료는 울프가 당시 불안해했으며, 혼자 차까지 가기 무서워해 자신이 데려다주곤 했다고 밝혔다.

현재 61세인 울프는 "그런 권력자(도밍고)는 내가 몸담은 업계에서 신과 같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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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AP/뉴시스】지난 2009년 10월19일 플라시도 도밍고가 독일 베를린에서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를 공연하는 모습. 2019.08.13.
로스앤젤레스 빌트모어 호텔에서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한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1988년 도밍고를 처음 만났을 때 LA오페라 합창단에서 코러스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에서 도밍고에게 키스하는 역할을 맡았다.

도밍고는 그의 집에 자주 전화를 걸어 그가 재능이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가수라고 띄워줬다. 그는 "도밍고가 '내 아파트로 와. 내가 코치해줄게'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이후 3년 동안 도밍고는 허리에 손을 대거나 뺨에 입술을 갖다대는 등 불편할 정도로 가깝게 접근했다.

 당시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한 남성 성악가는 AP에 해당 여성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 여성은 "1991년 결국 나는 굴복해서 도밍고와 잠자리를 했다. '그래.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라는 심리적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도밍고가 "공연 전에 여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미신"이 있다고 발언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1998년 도밍고는 LA오페라의 예술 감독이 됐다. 그해 리허설에서 도밍고와 만난 또 다른 여성(당시 27세)은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는 완전히 겁먹었고 도밍고에게 '안 돼'라고 하는 건 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한 공연이 끝난 뒤 도밍고가 샴페인을 마셨다며 데리러 오라고 말했을 때 그는 "굴복하지 않으면 오페라 경력을 쌓을 수 없다고 느껴서" 지시를 따랐다. 이후 도밍고의 아파트에서 도밍고가 키스하며 그의 신체를 만졌다. 그는 "도밍고가 사냥하는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한 친구는 AP에 당시 그의 몸무게가 급격하게 줄고 신경이 쇠약해졌다며 "누군가가 심리적으로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도밍고는 AP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성명을 통해 "익명의 개인들이 3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혐의를 제기하는 건 매우 골치 아픈 일이며 부정확하다"며 "얼마나 오래된 일이고 내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와 관계없이, 내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했다는 게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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