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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문화탐방…경기교육청, '일제 잔재' 지운다

등록 2019.08.22 16: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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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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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민족정신 없애려던 '수학여행'은 '문화탐방'이나 '문화체험활동'으로, 일본군 출전 구호인 '파이팅'은 '잘하자'나 '아리아리'로…"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초·중·고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벌인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 결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과 교원 81%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민족 자주성을 훼손하고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담긴 아픈 역사여서'(47%), '일제식 언어 표현 등 일제 잔재인 줄 모르고 사용'(27%), '통제와 감시가 주목적인 일제식 학교 문화는 학생의 민주적 자율성을 통제하고 민주적 학교 문화 발전을 침해해서'(25%) 등의 이유를 댔다.

또 잔재 청산에 반대하는 의견은 19%에 달했는데, '오랫동안 사용해 익숙하고 일제 잔재도 우리 문화의 일부여서'(68%), '일제 잔재라도 적당한 통제와 자율은 필요하고, 질서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22%), '일제 잔재를 대체할 용어(우리 말)가 없어서'(10%) 등이 이유였다.

도교육청은 취합한 의견 가운데서 당장 개선할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사례로 14건을 꼽아 각 학교에 안내했다. 이 사례는 역사교사 등 7명으로 꾸려진 TF가 분석·발굴했다.

사례를 보면 '반장, 부반장'은 일제 때 학급에서 성적이 가장한 우수한 학생을 담임교사가 지명해 대리자로 사용했던 용어인 만큼, '회장, 부회장, 학급대표' 등으로 대체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또 일제 군대 용어로 감시와 통제를 위해 쓰인 '훈화'는 '덕담'이나 '도움 말씀'으로, 일본식 한자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담회'는 정담회로, 일왕에게 충성한다는 군대식 흔적인 '차렷·경례'는 '인사-안녕하세요, 인사-고맙습니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평소 응원 때 많이 쓰는 '파이팅'도 권투 시작을 알리는 '파이트(Fight)'를 일본군이 '화이또'라고 변형해 출전 구호로 쓴 데서 유래한 것이어서 '잘하자', '힘내', '아리아리' 등의 우리 말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TF는 '수학여행', '소풍', '수련회' 등이 우리 학생들을 일본에 보내 우리 민족정신 대신 일본문화를 익히게 할 목적으로 행한 활동인 만큼 '문화탐방', '문화체험활동'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이홍렬·현제명·김동진 등과 같은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 교체와 교실 국기 액자 걸지 않기 등도 포함됐다.

TF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인 교실 국기 액자 걸기 문화가 애초 일장기를 액자에 넣어 일제에 충성심을 강요했던 것에서 유래한 만큼 국기만 태극기로 바꿔 국가주의를 강제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도교육청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 결과를 토대로 학교별로 '올바른 역사 알기' 수업을 확대하거나 학생 자치회·동아리, 교원 모임이 토론 등을 거쳐 '일제 잔재' 인식을 확대하고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도교육청은 앞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해, 도내 2500여 개 학교에 일제 잔재 청산의 의견을 묻고, 잔재를 발굴·분석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도내 초·중·고 160개교가 참여해 312건의 의견을 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장의 잔재 청산 여부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 속 용어와 사물 등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자는 취지"라며 "학생과 교원 스스로 어떤 잔재가 있는지 찾고, 조사와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하기를 바란다. 평화의 역사를 위해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게 프로젝트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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