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자수첩

[기자수첩]그룹 총수들의 잇딴 위기론...정부, 심각하게 바라봐야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9-09-27 16:08:11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잇달아 '위기론'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이 예측이 어려운 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만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빠르고 철저한 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최근 위기론을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의 SK 워싱턴 지사에서 개최된 'SK Night'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장을 맡은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건 처음 맞는 것 같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와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위기론을 언급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IM부문 사장단과 경영전략 점검회의 자리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면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지난달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고령화·저출산의 인구 변화와 신규 성장동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저성장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혁신의 근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이 위기론을 설파하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총수나 기업 최고경영자가 임직원에게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최근 재계 총수의 위기론은 여느 때와 무게감이 다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기관에서 한국 경제를 이미 일본식 장기침체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하고, 우리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하거나, L자형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발 악재로 인해 출렁이는 환율과 유가에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수년내로 잠재성장율은 1%로 하락한다는 전망이 공식화되고 있으며,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동 역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사회적 갈등은 정치권을 마비시키면서 신산업에서 규제에 가로막힌 기업들은 어디 호소할 곳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는 경제 상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어 재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위기 대응에 분주한 기업과 달리 정부가 과연 어떤 대응책을 찾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현재 상황은 대내외적인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정부와 재계, 그리고 국민이 한 뜻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따라서 재계 총수의 위기론은 정부에게 보내는 다급한 구조 신호와 다를 바 없다.


2papers@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