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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月30만원…설연휴 전 지급 기초연금 내달 '줬다 뺏어'

등록 2020.01.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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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전 23일 소득하위 40%에 최대 30만원

생계급여 수급자, 다음달 급여에서 그만큼 감액

헌법재판소 '합헌'…시민단체 "국가의 복지폭력"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초수급자 노인 100여명이 폐지와 리어카를 끌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다음 달 4월부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50만 명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 지급하는 정부 대책에 대해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 명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 달 20일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고 주장하며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연금수급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2019.03.25.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초수급자 노인 100여명이 폐지와 리어카를 끌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다음 달 4월부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50만 명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 지급하는 정부 대책에 대해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 명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 달 20일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고 주장하며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연금수급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2019.03.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노인 325만명에게 월 최대 30만원으로 인상된 기초연금이 지급됐지만 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 노인은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당장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깎이기 때문이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3일 65세 이상인 사람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했다.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월 최대 30만원 지급 대상자는 소득 하위 20% 162만5000명에서 소득 하위 40% 이하 325만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소득 하위 40%를 초과하는 244만명에 대해선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25만4760원이 최대 지급됐다.

하지만 모든 65세 이상 노인이 늘어난 기초연금을 실감한 건 아니다.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보충성 원리'의 영향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자신의 소득·재산 및 다른 법적 지원에도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 기초연금은 물론 국민연금, 산재보험, 실업급여 등 이전소득은 소득인정액 산정 시 포함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는 선정 기준에서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만큼 지급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1인가구 노인은 이달 생계급여로 기준 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52만7158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달에 인상된 기초연금 30만원을 수급하면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이 들어가면서 다음달엔 52만7158원에서 30만원을 뺀 22만7158원만 기초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기초연금을 받아도 다음달 그만큼 삭감되는 까닭에 저소득 노인과 시민단체 등은 이를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고 부른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초생활보장제도 상 65세 이상 수급자 45만4599명 중 기초연금 수급자는 40만5367명이었다. 전체의 10.8%인 4만9232명은 소득 수준상 대상자에 속하지만 수급 탈락 등을 걱정해 기초연금을 신청조차 못 한 것이다.

이에 2017년 기초생활수급 당사자 노인 99명은 이런 제도가 노인의 기초연금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지난해 12월2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5조1항4호 다목 등이 합헌이라고 전원 일치 의견을 냈다.

헌재는 기초연금 소득 인정 절차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초연금 외에도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을 정부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어 삶의 질이 불리해지는 건 아니라고 봤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모두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 급여이므로 총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되레 이를 전부 지급하려면 재정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합헌 결정이 나오면서 생계급여의 보충성 원리는 유지된다.

지금도 복지부는 추가지출 요인이 있을 때 일부 복지급여는 소득인정액 산정 시 빼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동수당과 장애인연금이다. 아이를 키우는 가구는 아이가 없는 가구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많으므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급여는 소득으로 산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연금도 일부 금액만을 소득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아예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 문제부터 풀어나간다는 생각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생계급여 부가급여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한다"라며 "부양의무자 조건이 2022년 폐지되는데 그러면 당연히 그쪽(부가급여)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헌재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올해도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련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는 "노인들이 헌법재판소에 본질적으로 물은 것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인해 수급 노인과 비수급 노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진적 격차' 문제였다"면서 "헌재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 대신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며 부수적 사안만을 다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인빈곤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인 나라에서 500만명이 넘게 받는 기초연금을 가장 가난한 수급노인에겐 줬다 뺏는 것은 명백한 '국가의 복지폭력'"이라며 헌재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도 생계급여 수급자들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018년과 지난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생계급여·기초연금 동시 수급자에 대해 부가급여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추진했다. 기초연금을 전액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인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추가로 급여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복지위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37만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할 예산 3651억원을 증액한 예산안이 논의됐지만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2018년 4102억원 증액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 이어 2년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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