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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 콘서트도 온라인으로…손드하임 '구순 잔치'

등록 2020.04.27 15: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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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메릴 스트립, 크리스틴 바란스키, 오드라 맥도널드. 2020.04.27. (사진 = 브로드웨이닷컴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메릴 스트립, 크리스틴 바란스키, 오드라 맥도널드. 2020.04.27. (사진 = 브로드웨이닷컴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호흡을 맞춘 메릴 스트립, 크리스틴 바란스키와 여성 배우 중 처음으로 토니상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오드라 맥도널드가 한 화면에 등장하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들썩거렸다.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와인을 홀짝 거리며 '뮤지컬계 거장'으로 통하는 미국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90·Stephen Sondheim)의 대표작 '컴퍼니'의 '더 레이디스 후 런치(The Ladies Who Lunch)'를 나눠 불렀다. 각각 술에 취한(!?) 흉내를 내며 다소 소란스럽지만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할리우드 스타 제이크 질렌할과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미국 영화배우 애나리 애시포드도 역시 각자의 공간에서 뮤지컬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의 '무브 온(Move On)'을 듀엣했다. 질렌할은 이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성대한 생일파티가 열렸다. 손드하임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온라인 무료 갈라 공연 '테이크 미 투 더 월드(Take Me to the World)'가 27일 오전(한국시간) 브로드웨이닷컴 유튜브 채널을 통해 2시간20분가량 펼쳐졌다.

지난 2006년 손드하임의 대표작 '컴퍼니'의 리바이벌로 토니상을 받은 배우 라울 에스파르자가 주최한 이번 손드하임 헌정 공연에는 조시 그로번, 네이단 레인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작사가 스티븐 슈왈츠, 최근 브로드웨이서 가장 열풍을 일으킨 뮤지컬 '해밀턴'의 작곡가 린-마누엘 미란다 등 브로드웨이 거물급들이 영상에 등장했다.

[서울=뉴시스] 제이크 질렌할, 애나리 애시포드. 2020.04.27. (사진 = 브로드웨이닷컴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이크 질렌할, 애나리 애시포드. 2020.04.27. (사진 = 브로드웨이닷컴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손드하임의 아흔번째 생일은 지난 3월 22일이었지만 같은 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은 후 온라인으로 축하 계획을 세우느라 이번 공연이 늦어졌다. 아울러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 기금을 모금하는 행사도 겸했다. 동시 시청자 수는 8만이 넘었고, 이날 오후 3시 현재 조회수는 30만뷰에 육박하고 있다.

손드하임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토니상을 수차례라 거머쥔 그는 미국 뮤지컬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사,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작사와 작곡을 동시에 작업해 음악과 가사가 완벽에 가깝게 결합됐다는 점을 높게 산다.

손드하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히 멜로디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와 이야기를 직접 구상하고 인물 캐릭터에 따라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따라 음악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치밀함을 뽐낸다. 

손드하임은 1956년 리처드 내시의 뮤지컬 '더 걸스 오브 서머'의 작곡가로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이듬해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가사를 맡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작곡·작사 크레디트 모두에 이름을 올린 건 1962년 '더 퍼니 싱 해펀드 온 더 웨이 더 포럼'이었다. 1971년 동시대 뉴욕의 사랑과 결혼을 신랄한 시선으로 바라본 '컴퍼니'로 스타덤에 올랐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옥주현, 조승우. 2020.04.27.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옥주현, 조승우. 2020.04.27.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손드하임의 작품은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지적도 받았다. 너무 복잡한 화음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 발표한 '어 리틀 나이트 뮤직'으로 의구심을 모두 해소시켰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1918~2007)의 영화 '한여름 밤의 미소'(1955)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품이다.

영국의 시나리오 작가 휴 휠러가 극본을 썼다. 197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음악·대본상을 거머쥐며 호평받았다. 우아한 왈츠풍의 음악과 따뜻한 유머로 인기를 누렸다.

특히 2막에서 흘러나오는 처연한 노래 '센드 인 더 클라운스'가 유명하다. 197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로 뽑힐만큼 선율이 아름답다. 국내에서는 '피겨 퀸' 김연아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익숙하다.

한국에서도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9년 만인 2016년 뮤지컬스타 조승우, 옥주현을 앞세운 뮤지컬 '스위니 토드'로 이름이 더 알려졌다. 이 작품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시 공연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AP/뉴시스] 스티븐 손드하임

[서울=AP/뉴시스] 스티븐 손드하임

손드하임의 또 다른 작품 중에서는 '어쌔신'이 한국에서 몇차례 공연했다.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파격적인 작품이다. 재공연을 원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이와 함께 손드하임의 또 다른 대표작 '인 투 더 우즈'의 정식 공연을 원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신데렐라, 빨간 모자, 잭과 콩나무의 잭 등 여러 동화를 기발하게 엮은 작품으로 대학 뮤지컬과에서 교본처럼 공연되는 작품이다. 메릴 스트립, 조니 뎁 주연의 동명 영화(감독 롭 마셜·2014)로 옮겨지기도 했다.

역시 아직 한국에서 정식으로 공연된 적은 없으나 뮤지컬배우 나하나 등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애초 이날 공연은 뉴욕이 위치한 미국 동부 시간 기준 26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인 문제는 1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톱 배우들의 공연과 유명 인사들의 헌정에 금세 잦아들었다.

자신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개봉을 앞둔 거장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손드하임의 영화적 지식과 함께 자신의 제작을 도와준 것에 대해 손드하임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스위니 토드' 등에 출연했던 닐 패트릭 해리스는 "손드하임은 저를 극장으로 만들고, 리듬으로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손드하임과 여러 차례 작업한 레인은 "스티븐은 천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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