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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 혈전증 논란' AZ백신…접종시 유의할 점은?

등록 2021.04.09 18: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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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부작용 지목된 뇌정맥동혈전증…불안감 커져

증상 서서히 나타나 초기 치료 놓칠 수 있어 위험

접종 후 두통, 시야 흐릿해짐 등 나타나면 병원 찾아야

부작용 있더라도 발생 빈도 매우 낮아…접종 이익이 커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방역 당국이 희소 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보류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AZ 백신의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정맥동혈전증(CVST)은 접종 후 발생 빈도가 인구 100만명당 5명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 질환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우려감은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희소 혈전증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혈전증 증상을 미리 알아두고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혈전증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가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혈전증은 피가 뿜어져 나가는 동맥에 생길 수도 있고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정맥에 생길 수도 있다.

동맥 혈전증으로 발생하는 질환에는 심근 경색이나 뇌 경색이 있다. 정맥 혈전증으로 가장 잘 알려진 질환은 다리를 충분히 움직일 수 없는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생기는 '이코노미 좌석 증후군'이 있다.

정맥 혈전증은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맥 혈전증이 발생하더라도 다리 쪽의 경우가 많고 뇌에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뇌정맥동혈전증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발생 빈도가 5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정맥동혈전증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외상이다. 머리를 다치고 나면 뇌 정맥에 손상이 오고 혈전이 생길 수 있다. 또 여성호르몬을 사용한 피임약이 혈액의 응고단백질을 자극해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혈전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백신으로 혈전이 생기는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혈액 응고와 관련된 단백질이 면역기능 이상으로 활성화됐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기능만 증강이 돼야하는데 다른 면역 시스템도 함께 자극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맥 혈전증의 증상이 처음부터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자성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이 막히면 뇌세포가 급격하게 상하면서 마비가 오지만 뇌정맥혈전증이 생기면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며 "머리가 조금 아프거나,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속이 좋지 않거나 하는 증상들이 몇주에 걸쳐서 나타나니 환자도 병원을 늦게 찾게 되고 의사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치료를 할 때는 혈전을 풀어주는 항응고제를 쓰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약들이 출혈 위험이 있고 뇌의 막힌 부분에서 작동을 해야하는데 효과가 뛰어나지는 않다"며 "운좋게 혈전이 잘 풀리면 회복되는 예후는 굉장히 좋지만 약물치료 반응이 없어서 혈전이 잘 안 풀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럽의약품청(EMA)은 백신 접종 후 혈전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완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신경학적증상, 지속되는 두통, 시야가 흐릿해짐(뇌정맥동혈전증) ▲갑자기 숨이 차거나 흉통이 생기는 경우(폐색전증) ▲다리가 갑자기 붓는 경우(심부정맥혈전증) ▲지속되는 복부통증(내장정맥혈전증) ▲주사부위 외의 작은 점상출혈(혈소판감소증) 등이 있다.

그렇다면 희소 혈전증 부작용 때문에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할까?

EMA는 AZ 백신과 희소 혈전증의 연관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유지하고 있다. AZ 백신 접종으로 희소 혈전증이 생기더라도 전체 접종자 중에서는 매우 적은 수여서 접종의 이득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EMA가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들을 분석한 결과 뇌정맥동 혈전증은 100만명 접종당 5건 수준, 내장정맥 혈전증은 100만명 접종당 1.5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발생률이 연간 100만명당 5명이라고 보면 3개월간 진행된 백신 접종에서 다소 많은 발생자가 나온 것일 수 있지만 발생 빈도가 백신 접종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장성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한국혈전지혈학회 학술이사)는 "AZ 백신과 관련된 혈전증에 대해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그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EMA 에서 보고한 내용은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혹시 혈전이 생기더라도 빠른 조치를 취하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 하지 않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혈전증 치료를 통해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구 교수는 "기존에 혈전으로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주로 동맥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 경우"라며 "신경과학회나 뇌졸중학회 등에서도 뇌졸중이나 신경계 질환을 이유로 백신을 맞지 말아야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맥 혈전은 혈액이 끈적해지는 것이니 탈수 현상 같은 게 있으면 잘 생길 수 있다"며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탈수에 취약한 사람들은 조금 조심해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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