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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쯔위 팬클럽 명칭 바꿔라"...중국은 왜 K팝 팬 계정 막는 것일까?

등록 2021.09.07 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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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엑소', 'NCT', 아이유 등

팬클럽 웨이보 계정 사용 대거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K팝 아이돌 팬 계정이 최근 무더기로 정지됐다. 이에 따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악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외신 등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엑소', 'NCT', '소녀시대' 멤버 태연, 가수 아이유 등 한국 인기 가수들의 팬클럽 웨이보 계정의 사용 대거 금지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개별 팬클럽, 블랙핑크 로제, 레드벨벳 슬기,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등 총 21개 팬클럽 계정의 사용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은 "스타를 비이성적으로 추종한다"를 해당 계정들의 중단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계정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발생시켰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있다. 우선 이들 계정은 30일간 정지조치를 당했다.

앞서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그의 생일(10월13일)을 축하하는 행사로, 항공기를 띄웠다가 웨이보의 팬클럽 계정이 60일 동한 정지당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팬덤에 대한 규제 조짐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10여만 건 이상의 팬덤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트와이스 쯔위의 팬클럽도 명칭을 바꾸라고 강요했다.

사실 중국은 K팝계의 '뜨거운 감자'다. 각종 규제뿐만 아니라 홍콩 민주화 운동, 항미 원조 등의 발언과 관련 중국 출신 K팝 아이돌이 연루되면서 국내에서 적잖은 시비가 붙었다.

지난 2016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한류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가는 등 정치적인 사안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K팝 업계는 중국 출신 아이돌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 남짓인 14억4000만명이 살고 있는 중국 시장은 '차세대 한류 개척지'로 통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지난 6일 첫 방송된 엠넷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 (사진=엠넷 제공) 2021.08.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6일 첫 방송된 엠넷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 (사진=엠넷 제공) 2021.08.07. [email protected]

정풍운동은 K팝계 '차이나 리스크'의 절정

하지만 이번 중국 당국의 연예계 정화의 중심축인 정풍운동은 '차이나 리스크'의 절정을 보여준다. 정풍운동은 1940년대 중국공산당이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펼친 정치운동이다.

이후 1960년대 현지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진 만큼,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에 다시 벌어지고 있는 '21세기 정풍운동'에 대한 걱정도 크다.

최근 이 같은 '정풍 운동' 바람이 중국 대중문화 전반에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기반이 된 젊은 세대의 스타 추종이 사회 전반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국의 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유 27만 개가 버려진 일이 예다. 아이돌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우유병 뚜껑 안에 붙은 QR 코드만 챙겨 투표를 한 뒤 우유를 마시지 않고 버린 것이다.

이런 예들이 쌓이자 중국 당국이 '연예인 순위 매기기' '팬클럽 간 경쟁으로 인한 과소비' 등의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미 중국 당국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팬들이 유료 투표를 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연예인 인기차트 발표도 금지다.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 등에서 중복으로 음원을 구매할 수도 없다. 또 연예인을 위한 모금 등의 행위를 하는 팬클럽은 해산된다. 연예인을 위해 미성년자가 돈 쓰는 것도 금지한다.

여기에 고액 출연료 금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출연 불가 등 스타 길들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최근 대중문화 규제와 관련 고지한 통지 등을 살펴보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다. 한류 그룹 엑소로 인기를 누리다 무단 탈퇴하고 중국에서 우이판이라는 활동한 크리스가 성범죄로 구속된 것이 예다.

K팝계에 특히 악영향을 끼칠 부분은 정치적 소양 등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공산당에 충성하지 않은 연예인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미원조 등 중국 출신 K팝 아이돌들이 국내에 민감한 발언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08.24.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08.24.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아울러 여성스러운 남성을 퇴출한다고 경고했는데 짙은 메이크업을 하는 K팝 아이돌들도 다수 해당된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의 스타 추종 문화의 근원으로 한국을 짚으며 "한국의 일부 기획사들이 이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는, K팝 산업에 대한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걸스플래닛999'에 중국 연습생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제한 조침 흐름상 향후 이들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류를 해외 교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을 내놓기도 한다.

K팝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규모는 크지만 꽁꽁 싸매져 있던 중국 시장은 그간 중국인 멤버를 통해 공략이 가능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종 규제에도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차근차근 중국 진출을 모색했는데, 이제 중국에 대한 미련을 버릴 때가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계속 중국에 매달리기보다 다른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K팝 업계에 커지고 있다.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도 세계적 인기를 누린 방탄소년단이 좋은 선례다. 현지 중국 내 팬덤은 방탄소년단의 현지 활동 없이 이뤄낸 성과다. 역시 동남아와 일본을 거쳐 세계적 걸그룹이 된 '블랙핑크'도 좋은 예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정풍운동'을 보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다.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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