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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류승룡 "슬럼프 작가의 찌질한 생활연기 어려웠다"

등록 2021.11.05 15: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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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봉 '장르만 로맨스'로 돌아온 천만배우

"코미디라 스태프는 웃지만 나는 예민해진다"

"동료 배우 아닌 감독 조은지에 경외감 느꼈죠"

"해외진출 준비?…영어학원 이라도 다녀야 하나"

류승룡

류승룡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류승룡(51)은 필모그래피 중 천만영화가 무려 네 작품이나 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2012)를 시작으로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2013) '명량'(감독 김한민·2014)이 연달아 흥행했다. 이후 슬럼프를 겪었지만, 2019년 코믹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다시 천만배우 타이틀롤을 얻었다.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나 매 작품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클 터다.

이번에는 동료배우 조은지(40)와 손 잡았다. 조은지의 첫 장편 연출작인 '장르만 로맨스'다. 7번방의 선물과 극한직업에서 선보인 코믹 연기에서 조금 더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펼친다. 전날 간담회에서 "장르만 로맨스는 내 필모그래피의 방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은지 감독이 직접 출연 제안을 했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독특하고 신선했다. 또 용감하고 솔직했다.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지만 여운도 줘 와 닿았다. 조 감독과 매 장면마다 대화를 많이 나눴고, 자연스러운 억양을 잡는데 도움도 받았다. '유진'(무진성)에게 자존심 구기고 가서 함께 제안하는 장면에서 대사 외 몸짓 디렉션도 조 감독이 유니크하면서도 섬세하게 잡아줬다."

류승룡은 조은지와 프레인 TP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조은지 남편은 프레인 TPC 박정민 대표다. 류승룡은 "소속사 후배이자 동료 조은지는 편하다"며 "감독님으로서는 불호령도 내리고, 내 부족함도 많이 채워줬다. 조 감독이 가녀리고 말랐는데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방향을 잘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은지는 연기자이기에 "누구보다 배우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 "간혹 감독님들이 몹쓸 재연을 할 때가 있는데, 조 감독은 배우를 이해하고 연기 디렉션도 구체적으로 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 어감, 몸짓언어까지 섬세하게 설명했다. 다른 감독과 차이점이자 장점"이라고 짚었다. "이전에는 '나도 직접 연출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번에 조 감독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연출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며 "나는 아직도 미흡해서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류승룡 "슬럼프 작가의 찌질한 생활연기 어려웠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김현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김현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물"이라며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있다. 소설가이자 교수로서 지적인 매력을 풍기면서 허당기도 있다. 누구든지 김현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공감할 수 있다. 김현의 찌질·비열함 등을 솔직하게 보여주되 상쇄해 응원을 얻도록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남자 후배인 '유진'과 옥탑방에서 함께 작업하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대사 외에 우스꽝스러운 몸 동작도 웃음 포인트다. "일단 몸이 5등신이고 허리가 길어서 더 우스꽝스럽게 보인 것 같다"며 "긴 허리를 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난타 공연을 하면서 보디랭기지를 많이 익혔다"며 "세계 공연을 다니면서 대사 없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 타이밍 등을 자연스럽게 체화했다.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그 장면에 맞는 몸짓이 애드리브처럼 나왔다"고 돌아봤다.

"코미디 영화라고 연기할 때 항상 즐겁지는 않다. 그만큼 긴장해야 하고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다"면서도 "1차 관객인 스태프들이 웃을 때는 굉장히 즐겁다. 특히 유진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작업하던 신을 찍을 때 즐거웠다"고 했다.
[인터뷰]류승룡 "슬럼프 작가의 찌질한 생활연기 어려웠다"


류승룡은 다작을 해 대표작 하나만 꼽기 쉽지 않다. "그때그때 선물처럼 오는 작품이 있다"며 "'거룩한 계보'로 영화를 시작했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인지도를 넓히고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후 슬럼프가 있었고 '극한직업'으로 팀워크를 알게 됐다. 다른 작품들도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마음 속에 다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품을 선택할 때 감을 중요 시 한다. "깨끗이 샤워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는다. 내가 감독이라고 생각하면서 인물을 형상화하는 등 상상하면서 본다. 시나리오 딱 덮었을 때 오는 감이 가장 중요하다"며 "10년 전, 5년 전 느끼는 것들이 달라질 수 밖에 없지만, 그 상황에 오는 재미, 뜨거움, 공감 등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류승룡은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코로나19 확산 전 숨 고르기를 했지만, 촬영할 때 즐거움을 소중히 여긴다. 장르만 로맨스 외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와 '비광'(감독 이지원) '정가네 목장'(감독 김지현)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무빙'도 촬영 중이다.

"글로벌 시대가 됐다. 굳이 해외에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검증 받은 좋은 감독, 배우들이 많다. '국내에서 잘하는 게 세계적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일부러 해외 진출을 준비하기 보다 OTT라는 훌륭한 플랫폼이 있기에 지금처럼 충실하면 될 것 같다. 영어학원 다녀야 하나 하하. 작품이 계속 들어오는 한 꾸준히 상황, 나이에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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