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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에 원자재價 고공행진…기업들, 상반기 실적 '빨간불'

등록 2022.02.24 10:37:00수정 2022.02.24 1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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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유류세 인하로 안정세를 보이던 기름값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7년만에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2월 첫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65.2원 오른 1667.6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8일 전국 평균 기름값은 리터당 1691.02원이다. 이날 개최될 미국-이란 핵협상 재개 소식에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2.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유류세 인하로 안정세를 보이던 기름값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7년만에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2월 첫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165.2원 오른 1667.6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8일 전국 평균 기름값은 리터당 1691.02원이다. 이날 개최될 미국-이란 핵협상 재개 소식에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연일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니켈,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 1분기부터 이들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0.19달러(0.2%) 상승한 배럴당 9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전거래일과 같은 배럴당 96.84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브랜트유는 한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JP모건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내년에는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며 이 전망치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랜트유 기준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다면 이는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유가 상승에 정유업계는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통상적으로 일정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강에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정유업계는 올 1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급등한 유가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단 점은 불안 요인이다.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축소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이 꼭 좋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며 "정제마진이 어느정도 확보될 수 있을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프타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된다. 각종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생산에 쓰이는 에틸렌·프로필렌의 원료로 사용된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나프타 가격도 연쇄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t)당 829.15달러로, 한달새 52%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영향이다.

업계는 올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지난해와 비교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료인 나프타 가격까지 급등하며 석유화학사들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러시아에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진다면 나프타 수입이 막힐 수 있다"며 "이 경우 나프타 가격이 더 상승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나프타 수입량은 2900만t, 18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러시아는 1위 수입국으로 비중은 23.4%(금액 기준)를 차지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재판매 및 DB 금지

포스코 포항제철소  *재판매 및 DB 금지


철광석 등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철강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운임포함인도) 가격은 2월18일 기준 t당 138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19일 t당 89.8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지속 상승해 지난 11일엔 t당 149.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한주 쉬어가며 140달러 아래로 내려왔음에도 석달간 상승폭은 무려 t당 50달러에 달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사들 수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철강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철강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건설, 조선 등 수요업계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조선업계는 후판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입었다. 철강사들이 지난 한해에만 후판 가격을 t당 50만원 가량 올리면서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철광석 가격이 다시 요동치면서 올해 후판가격 협상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일이 재현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터리업계도 원자재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재료인 니켈 가격은 t당 2만5650달러(약 306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는 47.9% 상승했다. 동기간 알루미늄 가격은 69.9% 오른 t당 3420달러를 기록했다. 구리는 t당 1만20달러로 26.5%,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444.5위안(8만3900원)으로 139.6% 올랐다.

산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전기차에 배터리가 핵심 부품인 만큼 배터리 가격이 오른다면 자연스레 자동차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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