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쟁에서 2주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푸틴 완전 실패

등록 2022.03.11 10:07:42수정 2022.03.11 11:44: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신속한 점령은 우크라의 강력한 저항에 막히고

젤렌스키의 선전전에 푸틴 대응은 무기력할 뿐

교착상태 지속에 희생자만 늘어…돌파구 가능한가

[체르니히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산업단지와 그 주변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불에 타고 있다. 2022.03.11.

[체르니히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산업단지와 그 주변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불에 타고 있다. 2022.03.1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정밀 타격"을 주장하는 미사일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지상군은 우크라이나 점령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계획이 실패한 상태라고 미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날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48~72시간 안에 함락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기는 여전히 키이우에서 나부끼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푸틴 주장처럼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라면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15만에 달하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10%밖에 장악하지 못했다.

침공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러시아군 병력의 증강이 공포를 자극해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우크라이나 정부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기 스위치를 켜듯 한순간에 입장을 바꾸고 저항에 나섰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하나같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키이우 주변에 강력한 방어망이 펼쳐지고 수많은 검문소가 설치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놀랍게도 러시아 기갑부대에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맞서 승리했다. 지리에 밝은 소규모 특공대가 러시아군 행렬을 차단했다. 미국과 영국이 주로 제공한 대전차 무기에 맞아 연기를 내뿜는 탱크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널렸다. 터키제 드론은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몇 안되는 지역에서도 수백명의 군중들이 러시아군을 겁먹게 했다. 수백개의 타이어를 쌓고 거리 표지판을 지우면서 마을을 지켰다.

우크라이나군이 우위를 차지한 건 아니다. 화력이 월등한 러시아군에 이길 순 없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바로는 푸틴은 아직 승리하지 못한 상태다.

정치에서 1주일은 긴 시간이라고 말한 영국 총리가 있다. 전쟁이 세계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하면 2주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다.

지난달 24일 푸틴이 "특별군사작전"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할 당시 키이우에서 기자를 만난 4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유를 잃게 될까 걱정했다.

몇 분 뒤 키이우 외곽 보리스필 공항에 탄도미사일이 날아들었고 러시아군이 크름반도(크림반도), 벨라루스, 러시아 서부에서 몰려들었다.

그런데 압도적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겁을 주려는 듯 60km 길이로 늘어선 벨라루스발 러시아군 행렬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탱크보다 트럭이 더 많다. 우크라이나의 준수한 방공망이 예상보다 효과적으로 순항미사일과 러시아 전투기를 요격했다.

무엇보다 침공 초기 키이우 북쪽과 남쪽 교량을 장악하려는 러시아군의 시도가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심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남부에서도 러시아군은 아직 마리우폴 항구를 장악하지 못했다. 국경에서 불과 차로 1시간반 거리인데도 말이다.

푸틴은 침공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를 침공하는 전진기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푸틴은 한 나라를 쉽게 삼킬 수 있을 것으로 크게 오판했다.

포린어페어즈는 "푸틴이 러시아제국의 멸망을 촉발한 사건들을 외면한 채 도박을 했다"고 썼다.

2014년 크름반도 합병에 서방이 무르게 대응한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당시와는 달리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침공 전 제재 논의과정에서 어려울 것 같았던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배제, 러시아 부호들의 자산 동결,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금수, 노르트스트림 2 파이프라인 중단 등이 현재 작동중이다.

맥도널드, 자라, 애플 등 국제기업들이 잇달아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루블화는 한달 전의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푸틴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지만 국제 여론전에서도 러시아는 크게 밀리고 있다. 희극배우에서 대통령이 된 젤렌스키는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을 올리는 듯한 동영상을 촬영해 내보내고 있다.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의 선전이 전세계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럽의 축구장들은 우크라이나 국기 색갈로 덮였고 젤렌스키 연설을 듣기 위해 프라하와 트빌리시에 항의 군중들이 모였으며 영국 의회와 유럽 의회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반면 푸틴은 고립되고 측근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있으면서 횡설수설하는 연설이나 아에로플로트 여승무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을 녹화해 내보냈다. 

분기탱천한 푸틴이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중이라면서도 보다 강력한 무기를 동원할 지가 걱정이다. 키이우가 독립 선언 1년만에 완전히 초토화된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처럼 초토화될 것인가?

윌리엄 번즈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8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결단코 장악하려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일 터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이 다른 길이 있음을 시사하는 첫 단서가 될 지 모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와 동부 반군 지역에서 선포된 2개 자치공화국 인정,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헌법에 명문화된 나토 가입이 빠른 시일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무장화 요구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미사일 공격으로 아파트가 붕괴해 사망하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포격에 숨진 사람들이 벌써 수백명에 달한다. 

2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으며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다. 그들이 다시 귀국한다면 하리키우, 수미, 마리우폴, 체르니히우의 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교착상태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한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