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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아담'의 후예들"...버추얼 휴먼, 디지털 음반 발매 '속속'

등록 2022.09.16 06:20:00수정 2022.09.16 08: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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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가상인간 '애나', 디지털 싱글 발매하며 가수 데뷔

로지·한유아·리아 등도 음원 선보여…래아도 가수 출격 준비

가상인간 가수, 유튜브는 '대박'-음원차트 성적은 '실망'

기술 발전이 되려 발목?…가상인간 시장, 엔터 업계 벗어날까

[서울=뉴시스]

 크래프톤의 가상인간 '애나'는 지난 15일 국내외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샤인 브라이트(SHINE BRIGHT)'를 공개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다. 사진은 '샤인 브라이트' 공식 뮤직비디오. (사진=애나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프톤의 가상인간 '애나'는 지난 15일 국내외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샤인 브라이트(SHINE BRIGHT)'를 공개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다. 사진은 '샤인 브라이트' 공식 뮤직비디오. (사진=애나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흔히 한국 가상인간(버추얼 휴먼)의 시초는 지난 1998년 등장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으로 여겨진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훨씬 인간과 흡사한 모습의 가상인간들이 조상과 같은 길로 향하는 모양새다. 모델,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 등으로 나타났던 신세대 가상인간들이 연달아 AI(인공지능) 목소리의 음원을 발매하는 등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지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가상인간 '애나'는 전날 국내외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샤인 브라이트(SHINE BRIGHT)'를 공개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다.

애나의 첫 음원은 고도화된 음성 합성을 비롯한 딥러닝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었던 애나만의 AI 목소리가 탄생하게 된 것.

목소리 뿐만 아니라 얼굴과 신체 전체에는 '리깅' 기술이 적용돼 다양한 관절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리깅은 애나의 관절, 근육 등의 요소 하나하나를 세분화해 마치 사람의 세포처럼 작은 조각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애나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사람과 같이 자연스럽게 춤추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상인간의 가수 데뷔는 올들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가상인간 대표주자인 '로지'는 지난 2월 첫 싱글인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또 다른 대표 가상인간인 '한유아' 또한 지난 4월 첫 음원인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을 공개했다. 한유아는 음원 공개에 앞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의 첫 음원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 티저 영상.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의 첫 음원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 티저 영상.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교적 최근인 지난 8월에는 한복 알리기 프로젝트로 등장한 가상인간 '리아'가 뮤직비디오 '리아 라이징(Ria Rising)'을 유튜브에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고, LG전자의 가상인간인 '래아'도 가수 윤종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다.

가상인간들의 타겟이 10~20대의 젊은 층인 만큼 이들의 음원, 뮤직비디오 등은 유튜브와 같은 SNS(소셜미디어)에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로지의 경우 '후 엠 아이'의 리릭(가사)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107만회를 넘어섰고, 한유아의 '아이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무려 조회수 710만회를 돌파했다. 리아 또한 뮤직비디오 공개 1개월여가 지난 현재 약 4만2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날 공개된 래아의 '샤인 브라이트'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약 5시간 만에 조회수 2만회를 넘어섰다.

가상인간들의 가수 데뷔가 호응을 받고는 있지만 '음원 성적' 부문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튜브에서는 100만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로지와 한유아의 데뷔곡 모두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의 차트권에 단 한번도 진입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사이버가수 선배인 아담이 2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일각에서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실제 사람과 가상인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한 점이 되려 발목을 잡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지·한유아 등 현세대 가상인간들은 사람과 흡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나오는 '신기함'이 강점인데, 그런 강점을 크게 느낄 수 없는 음원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상인간의 전성기가 도래할 수 있었던 코로나19 사태의 최정점 이후 실제 가수들의 공연 등도 부활하기 시작하면서 가상인간 가수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AI를 바탕으로 한 가상인간 산업은 최근 메타버스와 함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영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00억달러(약 14조원) 수준이었던 전세계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2030년 5275억8000만달러(약 7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상인간 업계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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