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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값 인하' 당장은 좋지만…미래가 걱정되는 이유[기자수첩]

등록 2023.09.29 11:01:00수정 2023.09.29 1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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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값 인하' 당장은 좋지만…미래가 걱정되는 이유[기자수첩]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약가 인하가 강화되면 기업 위축은 불가피합니다.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R&D에 투자해 신약 개발 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의 말이다. 지난달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제약업계가 또다시 약가 인하의 '칼바람'을 맞았다. 보건복지부가 기등재 의약품의 재평가 결과에 따라 이달 5일부터 7675개 품목의 약값을 인하해서다. 주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이 약가 인하 대상이다.

의약품의 건강보험 가격이 깎이면 국민에 도움이 되고, 건보 재정도 절감된다. 반면 약값이 매출·이익으로 직결되는 제약기업엔 칼바람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려는 정부가 든 카드는 몇 개 없다. 약가 인하 카드가 빈번하고 중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게다가 제네릭은 개발하기 쉬운 약이라 가격을 더 낮춰도 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국의 제네릭 가격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았던 점도 한 몫한다.

그러나 제네릭은 국내 제약기업의 매출 중 차지하는 점유율이 51%에 달하는 주요 매출원이다. 제네릭 등 캐시카우에서 발생한 이윤을 고스란히 R&D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제네릭을 재정적 기반으로 해서 신약, 개량신약으로 고도화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돼 기업 경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계속 약값 인하가 이어진다면, R&D 투자 선순환의 맥이 끊기는 건 필연적일 것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장이었던 제약산업이 그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값싼 원료 사용을 통한 해외 원료 의존도 확대와 자국 내 의약품 개발·생산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의약품 접근성을 저하시킬 우려도 있다.

건강보험 총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은 계속 줄어 작년 23%에 그쳤다. 건보 재정 중 약값 부담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여러 약가 인하 정책을 중복적으로 가동하는 건 아이러니다. 정부는 사용량 약가연동제, 급여적정성재평가제 등 다양한 정책을 가동하고 있다.

제네릭의 이점은 분명하다. 제약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유사 효능을 가진 신약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국민에 비용 부담을 덜 주고 건보 재정 안정화를 가져오는 존재다.

게다가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주력산업으로 점 찍어 육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약값에 대한 합리적인 가치 부여는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개발 동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든다.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약가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들이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R&D에 투자해 신약 개발 국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정 약가 유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을 위한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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