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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전' 화려한 껍데기-부실한 알맹이[초점]

등록 2023.10.05 09:30:48수정 2023.10.05 1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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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뉴시스] 대백제전 개막식. 2023.09.23 *재판매 및 DB 금지

[공주=뉴시스] 대백제전 개막식. 2023.09.23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뉴시스] 유효상 기자 = "2023 대백제전에서 조선왕조 500년보다 더 번성했던 600년 역사 속 백제의 스토리텔링이 빠진 것이 아쉽네요."

지난 추석연휴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2023대백제전이 한창인 공주시 금강 미르섬을 찾은 관람객의 말이다.

대백제전을 주관하는 충남도, 공주시, 부여군은 행사와 공연, 전시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백제전을 하고, 그 속에 어떤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후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등 정체성이 모호하다.

개막식과 폐막식, 제례, 체험, 공연, 경연, 전시, 홍보관 등 다채로운 볼거리에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백제가 어떤 나라인지, 어떻게 번성해 어떤 영향을 미쳤고, 소국으로 치부한 신라에 의해 패망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줄 콘텐츠가 부족하다. 고물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다.

행사비용을 대폭 줄이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로 극화하거나 홍보물로 만들어 관람객에게 나눠주거나 지역언론을 통해 시리즈로 보도하는 등의 지혜가 필요했다.

관람객이 대백제전을 체험하고 구경하면서 노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슴에 백제에 대한 기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고 백제를 묘사했다. 그만큼 절제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공주=뉴시스] 공산성 앞 무령왕 동상 *재판매 및 DB 금지

[공주=뉴시스] 공산성 앞 무령왕 동상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사'(김재원 저)에 따르면, 백제는 고구려처럼 크게 영토를 확장하는 힘의 국가가 아니었다. 백제가 600년 역사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관료제도가 성숙했고 왕권이 정도를 걸었기 때문이다. 백성을 관리하는 수취제도(세금)의 발전, 주변국과의 외교관계, 문화수준 등이 고구려, 신라 등 3국 가운데 으뜸이었다.

백제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공격을 견제하는 외교전략을 구사했다. 주변의 신라, 가야, 심지어 왜나라와도 동맹을 맺어 철저히 고구려를 견제했다. 또 중국으로부터 문화와 유물을 이어받아 동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백제와 교류한 일본 일부 지역에 가면 지금도 그 자취가 남아 있다. 주택, 도자기,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마지막 의자왕의 실정으로 나당(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뒤통수를 맞고 패망에 이르게 된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백제는 문화 문물의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터널식 벽돌로 만든 무령왕릉이 좋은 보기다. 드넓은 영토, 강한 군사력도 없었지만 중국 왕조로부터 고구려, 신라보다 높은 지위를 인정받은 국가다. 

대백제전은 600년 백제사를 한눈에 읽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는 관람객들의 큰 감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최측은 연일 관람객 숫자만 세고 있는 듯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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