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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행 1년 남은 익명 출산, 진정한 '보호출산제' 되려면

등록 2023.10.09 14:03:09수정 2023.10.09 1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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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행 1년 남은 익명 출산, 진정한 '보호출산제' 되려면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지난 6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국가의 아동보호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정부는 이후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2015년부터 8년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일명 '유령 영아'가 무려 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이중 사망한 아동은 2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출산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통과하면서 출생통보제와 함께 태어난 아이의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병원 밖 출산'의 보완책으로 도입된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는 국가의 보호에 맡길 수 있다.
 
시행까지 1년 남짓 남은 보호출산제가 안착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일까.

우선 지역 상담기관의 역할이 관건이다. 보호출산을 고민하는 임신부가 실효성이 있는 상담과 충분한 정책 안내를 받아 직접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들을 기관에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는 전문가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중앙·지역상담기관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에 기관을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적인 상담 인력과 체계적인 상담 제도의 운영 경험을 자랑하는 독일의 '임신갈등상담소'의 사례는 참고할만 하다. 독일의 경우, 남성도 임신부터 출산 과정에서 필요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혼모를 포함한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이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위기 임산부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양육할 수 있는 지원과 주거 환경이 부족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에 발표한 '미혼모 가족의 출산 및 양육 특성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미혼모가 임신·출산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진료비 및 출산 비용 등 금전적 어려움을 1순위(41.8%), 안정된 거주지 부재(14.4%)를 2순위로 꼽았다.

보호출산제를 향한 우려도 여전하다.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장애 아동을 손쉽게 유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은 아동권리보장원에 비식별화된 채 보관된 친모의 인적 사항을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없어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출산은 축복 받아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에 경제적·심리적·신체적인 여러 이유로 임신을 고민하는 산모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시행까지 1년여 남은 가운데, 정부는 보호출산제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탄탄한 정비 작업을 거쳐 최대한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전국에서 아이들이 밖에 버려지거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책임질 시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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