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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실적 행진' K식품업계, 총선 이후 인상 왜 서두르나

등록 2024.04.17 18: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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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실적 행진' K식품업계, 총선 이후 인상 왜 서두르나


[서울=뉴시스]구예지 기자 = "사상 최대 실적 기록, 두세 자릿수 영업익 증가"

지난해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역대 최대 성적을 자랑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이 잇따랐다.

이들 업체의 호실적은 K푸드 해외 수출 확대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의 효율화 덕도 있겠지만, 출고 가격 인상을 하며 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식품 업체들은 4·10 총선이 끝나기를 오매불망 기다려왔다. 가격 인상에 대한 따끔한 시선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 총선이 끝나자마자 굽네치킨과 파파이스코리아가 지난 15일부터 잇따라 치킨 값을 올리며 인상 포문을 열었다. 제과·제빵 업체들도 국제 코코아 시세 급등을 사유로 초콜릿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올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변수도 짙어졌다.

그러나 학계에선 기업이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서지는 않고 많은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투자은행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번은 기업들이 외부 충격을 핑계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면서 비용 상승보다 더 높게 가격을 올려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 업체들의 높은 영업이익률 상승폭을 보면 폴 도노번의 지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식품 업체들이 지난해 수십퍼센트 대의 영업이익 증가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가격 인상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 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 자료를 보면, 팬데믹 이전 기업들은 가격 인상 빈도가 월평균 11%였으나, 2022~2023년 15.6%로 뛰었다.

기업들이 가격을 1년에 1~1.2회 바꾸다 1년에 2회 정도로 가격을 더 빈번하게 바꾼다는 의미다. 지나친 가격 인상은 장기적으로 기업 스스로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지양할 필요도 있다.

엔데믹 이후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가 시민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자리잡고 있다. 식품업체 직원들 마저 "나도 마트가기, 외식먹기 두렵다"고 할 지경이다.

원자재가 급등으로 매번 어렵다고 하면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뽐내는 식품기업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비용을 지나치게 전가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소비자는 그 제품, 브랜드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전략가 앨버트 에드워즈는 탐욕 인플레이션을 제어하지 못하면 '자본주의가 끝장날지도 모른다'고까지 강조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을 사들이는 것은 결국 소비자인 만큼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이어가는 법을 모색해 볼 법하다.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기업 스스로가 먼저 고민해볼 중요한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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