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술자리 회유" vs 검찰 "일관성 없는 허위"…그 진실은?

이화영 지난 4일 재판서 청사 내 음주 주장

검찰 "명백한 허위" 출정기록·조사실 등 공개

전관 변호사 회유·영상녹화실 내 몰카 주장도

이화영 측 수사검사 고발…검찰 "무고성 고발"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내 음주' 주장을 두고 진실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 출정기록과 조사실까지 공개하는 등 '명백한 허위'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때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입장을 번복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펼치고, 급기야 당시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들을 고발했다.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화영, "얼굴 벌게져 한참 뒤 귀소"…'검찰청 내 음주' 주장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 등 혐의 재판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청 내 음주를 주장했다.

즉 지난해 6~7월 자신이 대북송금 관련 내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검찰의 회유·압박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검사실(1313호) 앞 창고라고 쓰여있는데 그곳에 저희(김 전 회장) 등을 모아놨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 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마셨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술 냄새가 났을 텐데 교도관이 뭐라 하진 않았냐'고 묻자 "얼굴이 벌게져 한참 진정한 뒤 귀소했다"고 진술했다.

[수원=뉴시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그린 검찰청사 내 1313호실 구조. (사진=이 전 부지사 측 제공). 2024.04.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술자리가 벌어진 날짜로는 2023년 6월30일 직후, 시간은 오후 5~6시가 지목됐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김광민 변호사가 17일 한 언론에 나와 언급한 것이다.

다만 장소는 처음 언급한 창고가 아닌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영상(진술)녹화실로 바뀌었다.

◇검찰 "명백한 허위" 반박 입장문…공방 시작

이러한 주장에 대해 수원지검은 17일 A4 용지 3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허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대질 조사를 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주문 및 출정기록을 모두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 없어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계호 교도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에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광민 변호사는 다음날인 18일 수원지검 반박에 대한 재반박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화영 피고인의 피의자 신문 직후라는 표현을 고려한다면 7월3일 음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교도관들이 작은 유치창으로 음주가 이뤄진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원=뉴시스] 수원지검이 18일 공개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7월 3일 출정 일지. (사진=수원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화영 출정기록·조사실까지 공개

이 전 부지사 측이 새롭게 음주 날짜를 언급하자 검찰은 같은 날 곧바로 반박 자료를 냈다.

수원구치소 소속 교도관이 작성한 이 전 부지사의 출정일지, 호송계획서를 모두 공개하며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날짜와 시간에 검사실에 없는 점이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 측이 음주 날짜로 추정한 7월3일 이 전 부지사는 오후 4시 검사실에 나와 1시간5분가량 조사를 받고 검사실에서 나간다. 나간 시각은 오후 5시5분. 그는 구치감으로 이동해 10분 뒤 수원구치소로 출발한다.

6월28일과 7월5일 등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한 일자 전후 조사 시간을 살펴봐도 오후 2시에 검사실에 들어와 오후 4시45분에 검사실을 나가 구치감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된다.

[수원=뉴시스]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과 연결된 영상녹화실 모습. 영상녹화실 한쪽 벽면에는 가로 170cm, 세로 90cm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해당 장소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진=수원지검 제공) 2024.04.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음 날에는 술자리로 지목된 영상녹화실(진술녹화실)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 보면 녹화실은 가로 170㎝, 세로 90㎝의 큰 유리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작은 유리창이라 교도관들이 내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는 이 전 부지사 측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화영 자술서 공개…전관 변호사 회유·술 안 마셨다 주장도

검찰의 반박에도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2일 '이재명 대북송금 조작사건(1)'이라는 제목의 옥중 자필 자술서를 통해 "어느 날은 나와 김성태, 방용철, 검사, 수사관 등이 모여 소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난 한 모금 입에 대고 더이상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검찰이 고위직 전관 변호사를 동원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꺼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반박했다.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변호인으로부터 '검사가 주선한 바 전혀 없고 피고인과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상태서 피고인과 가족 요청으로 접견을 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주장 관련해서도 23일 재차 입장문을 내고 "이화영 피고인은 법정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묻는 검사 질문에 '직접 마셨다'고 답변했다"며 "피고인 측은 음주 시간과 장소는 물론 음주 여부까지 계속 진술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뉴시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옥중에서 작성한 자술서. (사진=김광민변호사 제공) 2024.4.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방이 오가는 동안 김 변호사는 영상녹화실 내 몰카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상녹화실에 설치된 한 카메라가 거울 뒤에 숨겨져 있고, 이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노트 등 자료를 촬영하기 위한 용도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법에 근거한 카메라이며 카메라의 위치는 검찰 견학 프로그램에서도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화영 측 수사검사 고발…검찰 "사법시스템 공격"

공방이 계속되던 지난 25일 이 전 부지사 측은 급기야 당시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을 고발했다. 적용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33조(금지물품의 반입) 제2항 위반 혐의다.

김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쌍방울 관계자들은 2023년 5~6월 불상일 오후 4~6시께 수원지검 1313호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요청을 받고 A검사의 허가 또는 묵인하에 불상지에서 소주 등 주류와 안주를 사 와 김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수원=뉴시스] 검찰이 공개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음주 주장 번복 일지. (사진=수원지검 제공). 2024.04.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검찰은 이를 두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변론을 해야 할 변호사가 급기야는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 수사·공판 검사 등에 대한 무고성 고발을 해 사법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고발장에 적시된 음주 날짜와 시간대가 "또다시 번복됐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의 신뢰만을 해치고자 일관성 없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자필 진술서를 추가로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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