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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귀 막힌 구미시장, 추후 행보가 우려된다

등록 2016.09.21 20:16:01수정 2016.12.28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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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뉴시스】김진호 기자 = 중국 대륙을 최초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가 죽었다. 그러자 환관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차기 황제 1순위였던 부소를 죽였다. 그 후 후궁 소생인 호해를 2세 황제로 삼았다. 똑똑한 부소보다는 다소 어리석은 호해를 다루기가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고는 이어 황제에게 사슴(鹿)을 선물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방금 선물한 사슴이 말(馬)이라고 황제에게 우겼다. 곁에 있던 신하들 대부분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그렇다'고 맞장구쳤다. 말이 아닌 사슴이라고 진실을 말한 신하들은 이후 조고에게 죽임을 당했다.

 황제와 신하들의 눈과 귀를 막은 조고에 의해 국정이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도처에서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수백 년 지속될 것 처럼 보였던 진나라는 결국 건국 30여년 만에 멸망했다. 위록지마(謂鹿之馬)에 얽힌 사연이다.

 지난 1월 중순 국무총리실에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됐다. '구미시 모 간부 공무원이 업체로부터 사례금 및 떡값 명목으로 수백 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관급 자재납품 업자로부터 거액을 차용했다', '이권관계에 있는 업체들로부터 거액의 조의금을 받았다' 라는 내용 등이다.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에 이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뉴시스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단독으로 2회(9월 20·21일자)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매일 아침 각 언론에 보도된 해당 지자체 관련 기사를 스크랩한다. 또 그 기사들을 자체 내부 전산망에 띄워 모든 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미시는 간부 공무원이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스크랩 작업은 물론 내부 전산망에 올리는 것 마저 모두 제외시켰다.

 담당부서는 보도 내용을 남유진 시장에게는 보고했다고 했다. 하지만 앞선 일련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다소 신뢰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뉴시스 기사를 받아 게재한 각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해당 기사의 삭제를 요청했다. 시장과 직원에 이어 시민들의 눈까지 막기 위해 하루 내내 분주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10월에도 구미시의 모 사무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비슷한 혐의로 또다시 간부 공무원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운운하며 일단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닌 듯 하다.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에게는 진실을 보고해 대책 마련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대처법이 아닐까.

 남 시장은 잇따른 뇌물수수 비리와 관련,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선을 연임한 남 시장의 2년 뒤 행보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경북도지사나 국회의원 출마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직원들의 이 같은 행태가 남 시장의 추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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