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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신재웅 "실력 다들 비슷, 얼마나 잊을 수 있느냐가 관건"

등록 2018.05.30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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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웅

신재웅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부담스러운 상황을 생각하면 제가 할 것을 못합니다. 8회든 9회든 똑같아요. 상황을 잊고 제가 할 것만 해야합니다."

 베테랑 좌완 투수 신재웅(36·SK 와이번스)이 최근 셋업맨에서 마무리 투수로 보직이 변경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베테랑 우완 투수 박정배(36)를 마무리 투수로 점찍었다. 박정배는 22경기에서 9세이브를 올렸으나 세 차례 블론세이브로 2패를 기록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평균자책점도 6.64에 달했다.

 "마무리 교체는 없다"며 박정배에 신뢰를 보내던 힐만 감독은 결국 고심 끝에 뒷문을 신재웅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현재'라는 단서를 달았다. 힐만 감독은 "현재로서는 신재웅이 마무리 투수"라고 말했다.

 신재웅도 "(박)정배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서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됐다. 정배가 안정을 찾으면 다시 마무리 투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에게 마무리 보직이 주어진 이유는 명확하다. SK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2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진 신재웅은 1세이브 6홀드 1패를 거뒀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이 1.33에 불과하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8로 준수하다.

 2015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신재웅은 부침을 겪었다. 필승조에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고 1, 2군을 오갔다. 2016년 35경기에 등판해 18이닝을 던진 신재웅은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전반기에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신재웅은 후반기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SK 필승조에 자리를 잡았다. 작년 하반기 23경기에 등판한 신재웅은 22이닝을 던지면서 1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찍었다.

 올 시즌 들어서는 한층 나아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신재웅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트레이드가 된 후 루틴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다. 나만의 운동 방식이나 생활, 휴식을 취하는 방법 등이 바뀌었다"며 "다시 생각을 해서 루틴을 찾았고, 좋았던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무리 투수도 접전 상황에 등판하는 필승 계투조 중 한 명이지만, 셋업맨보다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신재웅은 "부담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면 내가 할 것을 못한다. 상황이 어떻게 됐든 간에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8회든 9회든 똑같다"며 "야구는 정말 멘털이 중요하다. 실력은 다들 비슷하다고 보는데 얼마나 잊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SK 신재웅 "실력 다들 비슷, 얼마나 잊을 수 있느냐가 관건"

SK는 시즌 개막 이후 두 달 동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와 함께 3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신재웅은 "우리 팀이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을 하면 우리 팀 타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연습경기에서 다른 팀을 상대할 때와 우리 팀 타자들을 상대할 때는 차원이 달랐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며 "다른 팀이 쉽게 못 덤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강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잘 나가고 있는 SK의 가장 큰 고민은 불펜이다. SK는 김광현~메릴 켈리~앙헬 산체스~박종훈~문승원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탄탄하다. 기복이 있지만 '홈런 군단'이라고 불리는 타선도 상대 마운드에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불펜진은 다소 아쉽다. SK는 팀 평균자책점 4.41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5.40으로 10개 구단 중 8위다. 팀 블론세이브도 9개로 삼성(1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신재웅은 "사실 서로 다독여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각자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해결할 문제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서로 편안하게 해주려 한다.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한다"며 "최대한 좋은 분위기로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믿고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마무리 투수까지 맡게 됐지만, 신재웅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았다. "나도 30세이브, 30홀드를 하면 좋다. 하지만 내가 신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기본적인 것만 잘 지키면 기록은 알아서 따라온다. 진짜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짚었다.

 신재웅은 "나이가 들수록 몸 관리가 힘들더라. 기술적인 면이 뛰어나도 관리가 안 되면 한 두 경기만 좋지 오래가지 못한다"며 "최대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즌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욕심을 내는 기록도 야구를 오래하면서 써낼 수 있는 것들이다. 신재웅은 "야구를 오래하고 싶다. 그런 것과 관련된 기록은 스스로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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