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시집]김영재 '녹피경전'·김승하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등록 2018.11.12 16:40: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시스 시집]김영재 '녹피경전'·김승하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녹피경전

197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김영재의 시집이다. 표제 시에는 사막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상을 담았다.

'사슴이여 야생이여 그대 가죽을 벗겨/ 인간을 인도하는 신의 말씀 기록하노니/ 사막의 모든 족속들은 머리 숙여 경배할지니/ 사람이 한 번이라도 제 가죽에 경전을 적어/ 형제를 깨우쳤으며 제 몸을 헌신했느냐/ 녹피여 그대는 영생으로 뭇 생을 구했나니.'('녹피 경전' 전문)

'사막을 건너려면 해골을 만나야 한다/ 해골은 죽은 자의 산 자를 위한 이정표/ 해골의 마른 눈물을 맛본 자만 살아남는다.'('사막을 건너는 법' 전문)

김 시인은 "실크로드 세 번째 여행지는 중앙아시아였다"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경전(코란)을 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회상했다."이슬람 기록문화유산 최고 보물인 이 코란은 일부가 없어지고 338쪽이 사슴 가죽에 남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슴이 헌신했는지 상상하며 시조 한 편을 썼다. '녹피 경전'이다." 109쪽, 1만원, 책만드는집
[뉴시스 시집]김영재 '녹피경전'·김승하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환일중고등학교 조리장 김승하의 첫 시집이다.

'벽을 향해 아이가 공을 던진다/ 공은 벽을 튕겨 나와 또르르 굴러/ 아이의 발밑에서 멎는다/ 아이가 다시 공을 던진다/ 조금 강하게 튕겨 나온 공은/ 발 앞에서 몇 번 통통 튄 다음/ 아이의 뻗은 팔 옆으로 지나간다/ 아이가 다시 벽을 향해 공을 겨눈다/ 벽을 향해 공을 던질 때마다/ 머리로 가슴으로, 온몸으로 부딪는 공/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공은/ 도약하는 높이뛰기 선수처럼,/ 훌쩍 아이의 키를 넘어 담을 넘는다// 멀리 튀는 공은 얼마나 가슴이 아픈 것일까'('멀리 튀는 공' 전문)

'비 갠 오후, 감나무 잎 사이 쏟아지는 햇살 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릇들. 푸른 감나무 잎에 돋는 물방울 소리, 톡, 톡, 물이랑처럼 번져가는 풍경 소리, 귀를 열고 노스님 독경 듣고 있다. 뒤란 감나무 아래 정좌한 낡은 옹기그릇 하나, 이 빠지고 상처 입은 작은 그릇들 오롯이 품고 있다'('옹기그릇 부처님' 전문)

김 시인은 "시의 감동은 겨자씨처럼 아주 작은 감동으로 시작하지만, 겨자씨 속에는 태산이 들어가고도 남을 넉넉한 감동의 깊이가 있지만 울림의 깊이는 여전히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시인은 누구보다 깨끗한 심성과 심안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상처받기 쉬운 시인의 예민한 가슴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현과 같은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120쪽, 8000원, 달아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