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글도둑질·왜곡전파···임철순 '손들지 않는 기자들'

등록 2019.06.27 06:02: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글도둑질·왜곡전파···임철순 '손들지 않는 기자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책 '손들지 않는 기자들'은 우리말과 언론에 대한 유쾌한 지적이다. 초등학생 연애, 지하철 독서인, 버스기사와 택시기사, 부고 기사에 난 어머니들의 이름 등 일상이 글감이 돼 글맛을 더한다.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내걸고도 맞다고 우기는 약사, '이리 오실게요' 같은 잘못된 접객어, 국가 중요 문서인 '남북 합의문'과 '대통령 당선증'에도 등장하는 비문, ㅋㅋ와 ㅠㅠ 등 자판 시대의 초상, 등한시한 한자 교육으로 우리말 이해력이 떨어진 모순도 짚었다.

저자 임철순(66)은 한국일보 주필을 지낸 언론인이다. 그의 '지적질'은 인터넷 시대 ctrl+c, ctrl+v 문화가 만든 신종 병폐로 향한다. 첫 번째 병폐는 다른 사람의 글을 자기 글인양 올리는 '글 도둑질'이다. 두 번째는 유행처럼 글을 퍼나르면서 발생하는 원작자와 출전의 '왜곡 전파'다.

 언론도 도마 위에 올린다. 스스로를 "낡은 언론인"이라고 낮추면서도 후배들에게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기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우리 언론의 가장 창피한 순간으로 2010년 G20 정상회의 폐막식을 지목한다. 버락 오바마(58)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줬지만, 아무도 묻지 않아 그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갔다.

받아쓰기 글꾼으로 전락한 요즘 기자들에게 "본질적으로 무례한 질문은 없다"면서도 "보도는 냉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이른다.  
 
 오래 전 편집국에 있던, 말도 안 되는 잘못·오류·우스운 기사를 적발한 스크랩북 '영구보존하세'도 추억한다. '여기는 적도.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빨간 줄은 없다'로 시작되는 해사 순항부대 동행 취재기부터 '갈매기 울음소리 까악까악' 등 재미있는 기사가 많다. 최고 히트작은 '벙어리 김모씨가 신병과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평소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라는 내용의 기사다. 시경캡은 이 기사를 쓴 기자를 세워 놓고 '벙어리가 말을 했어? 야 인마, 그러면 그게 기사지, 자살한 게 기사냐?'라고 놀렸다.  

소설가 김훈(71)은 임철순의 글을 깊고 쉬운 글이라고 호평했다. "어려운 말을 어렵게 하기는 쉽고, 쉬운 말을 어렵게 하기는 더욱 쉬운데, 어려운 말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376쪽, 1만5000원, 열린책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