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을 찾아서]호계역 앞 60년 전통 '귀향다방'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동해남부선 철도이설 계획에 따라 수년 후에는 사라지게 되는 울산 북구 호계역 전경이다. 2014.02.09. [email protected]
'귀향다방'은 60년 동안 수없이 주인을 갈아 치웠다. 6년 전부터 상호 그대로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는 최옥순(61) 대표는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커피자동판매기에 밀려 다방은 제구실을 하지 못 한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곳의 주인이 된 것은 옛것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르신의 사랑방이에요. 오전10시께 마을버스를 타고 오셨다 오후 3시께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어르신들은 하루 중 정점의 시간을 저희 다방에서 보내시고 계신 것이지요."
호계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즐겨 찾았던 이곳 다방에는 승객의 그림자는 한 명도 없다. 대신 어르신들이 오래된 연탄난로 위에 올려진 결명자차를 마셔가며 몸을 녹이고 TV 뉴스를 시청한다. 주고받는 대화가 없이도 매일 만나는 어르신들은 기침소리 숨소리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울산 북구 호계역 앞 또하나의 명물인 40여 년 전통의 골덴양복점이다. 2014.02.09. [email protected]
최 사장은 "어르신들이 조용한 것을 좋아하시니 음악은 아예 틀지 않고 있다"며 "흥미로운 것은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러 온 아들이 이제는 노인이 돼 단골이 된 거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호계역 주변과 시장 일대에 다방이 제법 많았으나 하나둘 문을 닫고 현재 달랑 4곳뿐이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울산 북구 호계역 앞 '귀향다방'은 60여 년 같은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4.02.09. [email protected]
쌍화차 마즙 유자차를 제외한 생강차 커피 율무차 녹차 등은 2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주인이 바뀌었어도 실내 인테리어는 수십 년 전과 거의 변화가 없다. 골동품집에서나 볼 수 있는 어항, 연탄난로 등 70년대 8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다.
어르신 모두 귀가하고 나면 다방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7시께 정도지만, 명절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문을 열지 않는 날이 없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울산 북구 호계역 앞 '귀향다방'은 60여 년 같은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식 다방 실내에 있는 오래된 연탄 난로다. 2014.02.09. [email protected]
같은 자리에서 40여 년 동안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간판을 새로 했다. 하얀 양복을 입은 이 대표의 모습과 모델의 모습을 함께 그려 넣은 양복점 간판은 오래된 변두리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호계역은 철도이설 계획에 따라 몇 년 후면 사라지게 된다. 곁에 시골 장터가 있어 유난히 정겨운 호계역이다. 90여 년 긴 세월 굽이굽이 수많은 인생을 실어 날라온 철길을 앞으로 수년 뒤에는 못 보게 된다.
【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울산 북구 호계역 앞 '귀향다방'은 60여 년 같은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옛날식 다방 실내 전경이다. 2014.02.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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