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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U대회][결산]⑤저비용 고효율…'아나바다 U대회' 새 지평

등록 2015.07.14 05:04:00수정 2016.12.28 15: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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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 10일을 앞둔 23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에 광주U대회 선수촌이 완공돼 세계의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U대회는 170여개국 2만여명이 선수단이 참여해 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2015.06.23.  hgryu77@newsis.com

노후 APT 재건축,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 대다수 경기장, 시상식 물품들도 재활용 "시설비, 운영비 합쳐 2000억 가량 아껴" 시민단체 "사후활용책 시급히 마련해야"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진 '아나바다 운동'이 17년 만에 광주에서 재현됐다.  경제 위기와 IMF가 17년 전 키워드였다면, 이번에는 지방 재정과 유니버시아드(U대회)가 주제어다.

 도심의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한 선수촌, 꽃 대신 인형을 받은 메달리스트, 94%를 재활용한 경기장, 몽골텐트로 지어진 선수대기실, 인천아시안게임 때 사용한 것을 재활용한 시상식 물품들, 렌탈 침대까지….

 U대회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14일 "시설비와 운영비를 합쳐 얼추 2000억 원을 아꼈다. 저비용 고효율의 실용적인 대회였다"고 자부했다.

 140여 개국, 1만4000여 명의 선수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심신의 피로를 푼 선수촌의 경우 30년이 넘은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한 시설로, U대회 기간에는 20개 동 2185가구가 선수용으로 활용됐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6개월 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일반인에게 분양된다.

 선수촌 내부 훈련시설이 부족하고, 일부 선수들이 이탈한 점은 옥에 티이지만 대다수 선수와 임원들은 "깨끗하고 세련되고 음식도 부족함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수상자에게는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인 '누리비' 인형을 줬다. 실용성과 소장가치가 고려됐다. 송순남 조직위 시상팀장은 "그동안의 대회를 보면 메달과 함께 꽃다발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꽃다발은 비싸고, 시들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일이 많아 보관도 편하고 시각적으로도 좋은 마스코트 인형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시상대는 모두 재활용품이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용한 시상대 120개를 아시안게임조직위로부터 무상으로 양여받아 사용했다. 또 메달 받침대 110개, 메달 이동용가방 25개도 전달받아 다시 썼다. 조직위는 이 물품들을 올해 10월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선수권대회 측에 전달해 한 번 더 재활용할 계획이다.

【나주=뉴시스】김진아 기자 = 10일 오전 나주 국제 종합 사격장에서 열린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사격 남자 단체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서진성(왼쪽부터), 장하림, 박대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07.10.  bluesoda@newsis.com

 송 팀장은 "시상 전문물자의 경우,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8억원 가량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경기장도 '아나바다 U대회'의 백미였다. 이번 대회 경기장은 훈련장 32곳을 포함해 모두 69곳. 광주에 45곳이 몰려 있고 전남·북, 충북 등 10개 시·군에 24곳이 있다. 이 중 신축된 곳은 남부대 국제수영장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 국제양궁장, 진월국제테니스장 등 4곳 뿐이다. 신축보다는 기존 시설을 국제연맹 기준에 맞게 개·보수나 증축하는 방향으로 해 경제성을 높였다. 기존 시설 활용률은 90%를 훌쩍 넘겼다.

 신축 경기장은 대회가 끝난 후 대학 스포츠 활동과 시민 체육활동, 여가활동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대학 내 체육시설을 가능한 많이 활용해 젊은 대학생의 접근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도 주효했다.

 이밖에 선수대기실과 워밍업장은 대회 후 철거가 용이한 몽골텐트로 사용했다. 선수촌 렌탈 침대는 '선수 불편을 담보로 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예산 절감에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

 '국민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금빛 연기를 펼친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은 에너지 사용량의 최대 26%를 지열과 태양열로 공급해 에너지 절감효과를 톡톡히 봤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원 국제체육과장은 "신설 경기장이 많지 않았고, 예산을 아끼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등 모범적인 대회였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내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스포츠 행사에도 일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청소년국제교류부 관계자는 "돈을 아끼면 아낀 만큼 불편함이 있어야 하는데 크게 불편함을 느낀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라며 "돈을 '잘' 아낀 것 같다"고 했다.

 우려섞인 반론도 있다. 광주경실련 김기홍 사무처장은 "이미 써 버린 수천억원은 투자라고 보기 어렵고, 신축경기장도 수영장을 빼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사후 활용 대책 등이 적절하게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올림픽도 베이징의 4분의 1 비용으로 치렀고 임시시설물은 철거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U대회에서 광주시가 그같은 글로벌 흐름에 맞춰간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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