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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필리핀 정부-사법부, 마약과의 전쟁 '충돌'

등록 2016.08.10 17:23:25수정 2016.12.28 17: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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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30일 마닐라 빈민가에서 열린 '연대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6.07.01

【마닐라=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30일 마닐라 빈민가에서 열린 '연대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6.07.01

【서울=뉴시스】신효령기자 = 필리핀 정부와 사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놓고 충돌했다. 사법부 수장이 초법적인 마약 소탕전을 비판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라는 초강수를 내놓으며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CNN필리핀, 인콰이어러넷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한 군사기지를 방문, 장병들에게 연설하는 자리에서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방해하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사·의원·경찰관·군인·지방 관료가 포함된 마약 매매 용의자 15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24시간 안에 소속 부처·기관에 혐의 사실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지목된 인물이 속한 각 정부 기관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마약 소탕 정책의 후퇴는 없을 것"이라며 "내가 이끌고 있는 경찰 중에서 사건에 관여된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레노 대법원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성급하게 명단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세레노 대법원장은 서한에서 "정식 구속 영장이 발행되지 않는 한 출석할 필요는 없다. 지명된 판사들을 이를 지키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통령이 실명을 공표함으로써 판사들의 생명과 직무가 위험에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용의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받는데 2∼3개월, 판결에 최소 10년이 걸린다"면서 "비효율적인 사법체계에서 전국의 마약 용의자 60만 명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세레노 재판관은 불법 마약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판사 등의 명단을 공개하기 전에 법적인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법부 판사뿐만 아니라 시장과 국회의원의 이름도 14일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매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 정치인들 명단을 공개한 뒤 하루 만에 당사자들의 자수가 잇따르고 있다. 발표 하루 만인 지난 8일 60여 명이 경찰서로 출두해 자수하거나 혐의에 대해 소명했다.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인하는 용의자도 상당수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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